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기법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학계에 기계학습을 활용한 인공지능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전립선암 치료기술 개발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치료기술 발전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글 구교철 비뇨의학과 교수 / 사진 백기광

인공지능 연구방법론의 진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라는 개념은 1950년 Alan Turing의 논문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1960년대 중반까지 AI를 활용한 연구기법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당시 컴퓨팅 기술의 한계와 비효율적인 유지보수 비용 문제에 부딪혀 아쉽게도 연구성과는 부진했고, 1980년대까지도 AI 기술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15년 이후부터는 병렬처리 기능과 알고리즘 구축 능력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AI 연구방법론에 큰 진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사회 모든 영역에서 빅데이터가 범람하며 이러한 성장세에 박차를 가했다.

오늘날 수많은 글로벌 기업은 AI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응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AI 관련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학계에서도 AI 기법을 활용한 연구가 증가하는 추세로, 2013년과 2017년 사이에 과학계의 AI 관련 연구논문 편수는 13%가 증가했다. 이 흐름으로 보아, 향후 의학계 내에서도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활용한 인공지능 연구는 더욱 활성화될 것임이 명백하다.

인공지능 vs. 기계학습 vs. 딥러닝의 차이는?

인공지능(AI)은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과 좁은인공지능(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ANI)으로 분류된다. AGI는 기계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각과 학습을 하고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공지능으로서,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로봇이 마치 사람처럼 업무를 수행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인공지능 수준을 일컫는다. 반면 ANI는 특정한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인공지능이다.

가령, 사람 얼굴을 인식하는 프로그램, 자율주행 등 특정한 작업에서만 우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현실화된 주요 AI 산업은 모두 ANI에 속하는 것이며, AGI는 아직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미래 기술이다. 

기계학습은 AI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일컫는 AI의 하위개념이다. 기계를 학습시키는 방법은 다양한데, 그중 대표적으로 지도형 기계학습과 비지도형 기계학습이 있다. 지도형 기계학습이란 사람이 문제와 답으로 구성된 학습 훈련 데이터를 기계에 제공하여 학습시켜서 확률에 근거하여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령,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판별하게 할 때, ‘문제’는 사진이며 ‘답’은 강아지 또는 고양이인지의 여부가 기록된 레이블을 제공하여 지도 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반면 비지도형 기계학습은 사람이 데이터를 분류해주지 않는 방식이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답’을 주지 않고, 엄청난 분량의 사진들을 제공한 후 기계가 스스로의 프로세싱 파워와 데이터를 토대로 패턴을 인식하고 결괏값을 도출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딥러닝(deep learning)은 기계학습을 달성하기 위한 기법으로서, 데이터로부터 표현을 다단계로 학습하는 처리방식을 일컫는다. 주어진 데이터로부터 모델을 구축하는 데 얼마나 많은 레이어를 사용했는지가 그 모델의 깊이가 되는데, ‘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neural network, 즉 사람의 뇌처럼 작동하는 알고리즘 네트워크가 무수히 많은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계는 이 레이어들을 모두 훈련 데이터에 포함시켜 자동으로 학습한다.

전립선암 치료기술의 발전

전립선암은 연구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연구주제이다.

국소암, 국소 진행암, 전이암, 및 호르몬불응성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병태생리가 이질적으로 변화하고, 진행상태마다 치료방법과 치료표적을 달리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수술기법과 더욱 높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전신요법이 나날이 등장하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기술 발전을 위한 미지의 주제들이 넘쳐난다.

국소 및 국소 진행성 전립선암은 근치적 전립선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거에는 근치적 전립선절제술 후에 평생토록 지속되는 요실금 후유증이 빈번했다. 과거 개복수술 시대에는 전립선을 절제하면서 주변으로 주행하는 신경혈관다발과 괄약근 요도를 충분히 보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I always told myself that when everyone was continent at 3 months, I would stop (모든 환자들이 수술하고 3개월 이내에 요실금이 사라질때까지 노력하겠다).”

전립선암 대가인 존스홉킨스대학교 Patrick Walsh 교수께서 전립선절제술 4,569례를 달성했을 당시,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강의 중 언급한 염원이다. 전립선절제술 후에 요실금을 예방하는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립선암 수술분야에서 영원한 숙제라 여겨졌던 이 염원은 무색하게도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등장하며 쉽게 해결됐다. 로봇을 이용하면 좁은 골반강 내에서도 확대된 입체 시야에서 정교한 조작이 가능해서 신경혈관다발과 괄약근 요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재건 술기가 시도되고 개발되며, 오늘날에는 수술 후에 요실금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전이암 및 호르몬불응성 전립선암은 전신약물요법이 기본적인 치료방법이다. 최근에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수많은 안드로겐 수용체-표적치료제 및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이 FDA 승인을 거쳐 출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하나둘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정의되지 못했던 새로운 전립선암 치료의 지평이 열리며,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립선암 치료 선택의 한계

전립선암이 진단되면 환자의 나이, 동반질환, 과거력 등에 따라 첫 치료로 수술, 방사선요법 및 호르몬요법 중에서 선택한다. 하지만 최근 수많은 복합 다학제 요법이 등장하며, 어떤 치료법이 가장 적합한지, 어떤 순서로 사용해야 하는지, 또는 어떻게 병용해야 가장 효율적인지에 대한 표준지침이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결국 전립선암의 각 진행단계에서 각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최적의 치료 선택은, 의료진의 경험과 단편적인 임상연구 결과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립선암과 같이 장기적 예후를 지닌 암의 경우 특정한 진행시점에서의 예후인자만 이용한 분석보다는, 각 진행시점에서의 질환 상태가 이후의 진행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인공지능망은 현재 입력된 데이터와 과거에 입력된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하는 분석기법이기 때문에, 치료방법에 따른 환자-맞춤형 전립선암 치료반응·생존율 예측 모델을 구축하기에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립선암 치료반응·생존율 예측 AI 모델 개발

기계학습법을 활용하여 환자-맞춤형 전립선암 치료반응·생존율 예측 모델을 개발해보기로 했다.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7,267례의 환자 자료를 확보한 후, 각 질환단계의 병태생리를 반영하는 임상·병리학적 후보지표들을 선정했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만 꼬박 2년 반이 걸렸다. EMR 시스템에 구축된 CDRS를 활용했지만, 각 시계열에 따른 정확한 정보수집에는 한계가 있었고, 데이터를 정확히 입력해야만 최상의 예측력 결과를 얻을 수 있었기에,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했던 과정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힘들었다. 다행스럽게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책사업 지원을 받게 되어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자료수집을 완료하니, 총 35만 6,083개 셀로 구성된 데이터베이스가 형성됐다. 생존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학습기법들을 이용하여 학습한 결과, LSTM 모델을 이용하여 개발한 알고리즘의 예측 정확도가 높게는 91%로 나타났다. 이는 고식적인 통계분석법을 이용한 예측 모델의 80% 수준에 비해서 상당히 우수한 예측 정확도였다.

개발한 알고리즘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환자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수술, 방사선요법, 호르몬요법 중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웹(WEB)과 앱(APP)으로 구축했고, SCaP(Severance Hospital Cancer of the Prostate) Calculator로 명명했다. 전 세계 환자들과 임상의들이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영문화하여 무료로 공개했다(https://scapcalculator.yuhs.ac/). 현재 필자는 진료실에서 SCaP Calculator를 환자의 치료계획을 수립할 때 활용하고 있는데, 각 환자의 특성에 따라 치료법에 따른 예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상담 시 매우 용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