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중요하지 않은 장기가 없겠지만, 간은 조금 더 유의해서 관찰해야 한다. 간은 병이 진행돼도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소화기내과 이현웅 교수는 끊임없는 연구로 간암을 비롯한 간질환 환자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백기광

교수님의 주요 진료 분야가 궁금합니다.

소화기내과에서 간염, 간경변, 간암, 알코올성 간질환, 지방간 등 간을 전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간 중에서도 간암과 B형간염 바이러스를 가장 관심 있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치료제 개발로 B형간염은 질병의 악화 없이 잘 조절되고 있으며, C형간염은 완치가 가능해져 2030년에는 박멸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간 연구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지방간입니다. 간 연구의 새로운 이슈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간이 중요한 장기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정확하게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모든 장기가 중요하겠지만 우리 신체 중에서 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하는 일이 많은 장기이고요. 제 주요 연구 분야가 바이러스인데, 바이러스의 변화를 살펴보면 인간과 함께 진화해온 바이러스의 특징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섭취한 모든 음식은 간에서 에너지로 전환되고 간을 통해 우리 몸에 영양소를 공급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세균도 함께 몸으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이때 간은 놀랍게도 세균 제거 기관의 역할도 합니다.

간을 화학 공장에 비유하기도 하는데요, 영양소를 만들고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면역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간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최근 간 관련 질환의 발병 추이는 어떤가요?

간암 발생원인의 80%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B형간염과 C형간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바이러스성 질환이 줄고, 간암 상승률이 꺾였습니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아직 치료제가 없어 이 분야의 연구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내 지방간 유병률이 15년 전 20%에서 현재는 30%로 급증했습니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의 25%가 10년 후 지방간염을 앓고, 또 10년 후에는 그중 25%에서 간경화가 생깁니다. 지방간 자체보다는 지방간염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 아직 임상 시험 중이며 신약 개발에 대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 간질환이나 간암의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많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간에는 통증 기관이 없어서 질병이 진행되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흔히 간질환의 증상이라고 하는 피곤함의 경우도 원인이 다양합니다. 빈혈이나 갑상선 질환이 있어도 피곤을 느끼기 때문에 간질환의 증세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꾸준한 검사만이 도움이 됩니다.

B형간염이나 C형간염 같은 만성질환이 없다면 1년에 한 번 혈액검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만성질환자나 지방간이 많은 분, 음주를 즐기시는 분은 간의 자체적인 재생능력이 낮을 가능성이 있으니 1년에 두 번 혈액검사와 암수치 검사, 초음파 검사를 받기를 권합니다. 간은 스스로 해독하고 재생능력도 뛰어난 좋은 장기입니다. 만성질환이 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건강한 간을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예방접종은 필수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 A형간염 대란이 있었습니다. 최소 1만 5,000여 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A형간염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손 세정제나 손소독제 사용이 늘었거든요. 개인위생만 철저히 해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백신이 없는 C형간염을 제외하고 A형간염과 B형간염 백신은 꼭 접종하시길 바랍니다.

또 병이 생겼으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병원에 오길 꺼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증상이 악화되는 분들을 보면 스트레스를 잘 받는 분들입니다. 제가 건강한 음주가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금주로 스트레스를 받느니 오히려 한두 잔의 술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게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 관리가 중요합니다.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요, 코로나19가 간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코로나바이러스가 폐에 감염을 일으켜 치명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간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어서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간으로 이동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보면 코로나19 환자의 70%에서 간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만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사망률도 높고요. 연관성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의학자로서 교수님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만성 간질환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간암 치료가 최우선입니다. ‘완치를 위한 도전’이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진료를 합니다. 암을 치료하고 극복하는 것이 환자에게 가장 큰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간암은 진행된 후에 병원에 오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많지 않습니다. 평균 생존 기간도 11개월로 채 1년이 안 됩니다. 최근에는 신약 개발로 그 기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다학제 진료로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내·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방사선중재치료팀 등이 힘을 합쳐 CCRT(Concurrent Chemo Radio Therapy)를 진행합니다. CCRT는 병변에만 항암제를 투여하고 그 부위에만 방사선 치료를 해 더욱 효과적이고 전신 부작용이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기존 항암제를 사용했을 때 3개월 정도 생존 연장을 기대할 수 있다면 CCRT 치료법은 6개월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개월과 6개월이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약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버티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큰 차이를 만듭니다. 포기하지 말라고, 조금 더 힘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B형간염은 현재 완치 방법은 없고 약으로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완치를 위한 치료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2021년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도 임상연구가 진행될 예정인데요, B형간염도 C형간염처럼 완치될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