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인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간이기에 24시간 내내 불을 밝히고 있다. 질병과 싸우는 최전방에서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의료진의 수고도 중요하지만, 조용히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더해져 병원은 365일 가동을 멈추지 않는다. 병원을 인체에 비유하면 심장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시설팀이다. 인체 내 피돌기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생명을 유지하듯 시설팀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병원이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시설팀에서 하는 일이 상당히 다양하고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요 업무는 무엇인지, 팀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전체의 시설물과 제반 여건을 다루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설팀은 현재 시설·안전·설비·전기·의료장비 등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고, 팀원 24명이 각자 맡은 전문 분야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병원에서 크고 작은 공사를 진행할 때 우리 팀이 설계·감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시설유지보수는 전문 용역회사의 인력 22명이 파견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맡고 있는 시설팀의 업무를 ‘심장’에 비유하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심장박동이 멈추면 인체는 살아 숨 쉬지 못합니다. 병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냉난방, 급배수, 전기 공급, 환자 치료에 필요한 제반 요건 등 병원 곳곳에 시설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아마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나 의료진, 직원들 가운데 하루에 한 번이라도 우리 팀원들을 만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병원 옥상에서부터 지하 3층에 이르기까지 매일 오르내려야 하는 업무 특성상 우리와 마주치지 않는 날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병원 곳곳을 누비고 다녀야 하는 만큼 고충도 크리라 생각됩니다.
기본적으로 시설팀은 24시간 상시 대기 상태라고 이해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3교대로 근무하는 용역 인원을 포함해 우리 팀원들은 24시간 내내 병원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수시로 병원에서 연락이 오기 때문에 다들 전화기를 옆에 두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새벽에 화재경보가 울리거나 급한 경우 즉시 병원에 달려오는데 다행히 오작동으로 인한 문제여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시설 노후화로 인한 민원 해결도 어려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개원 당시인 1980년대 시설과 구조물이 노후화된 상태지만, 병원 내 부지 개발이 법적 용적률 상한인 250%를 초과해 공간 개선이 어려운 현실입니다. 따라서 각종 고장이 잦고, 이에 최선을 다해 신속하게 보수하고 처리하지만 사용자들이 즉각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설비가 오래되다 보니 부품 공급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시간이 걸리는 것도 시설팀이 안고 있는 고충 중 하나입니다.
병원 시설팀에 37년간 몸담고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강산이 여러 번 바뀌는 긴 세월이었으니 좋았던 순간도 있었고, 또 나쁜 기억도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시설팀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변수에 부딪칠 때도 있습니다. 평소 아무리 손질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기계는 고장이 나기 마련인데 이를 수긍하지 않고 무조건 시설팀의 과실로 몰아 막무가내로 요구사항만 지적할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 환자들이 퇴원하면서 치료 잘 받고 시설 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는 감사 인사를 해주면 일하는 보람을 느끼죠.
팀원들과의 돈독한 팀워크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신데 평소 분위기가 어떠한가요?
24명 소수 정예 인원이다 보니 다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연차가 오래된 베테랑부터 최근 입사한 젊은 직원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편인데, 후배들은 선배들을 잘 따르는 가운데 많은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또 선배들은 오랜 현장 경험으로 터득한 노하우들을 하나라도 더 전수하려고 해서 의기투합이 잘되고 있습니다.
시설팀의 사명은 고객만족에 있습니다. 환자들이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시설에서 치료받게 해드리자고 늘 강조하고 있고 팀원들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어요.
시설팀 입장에서는 일반 환자들을 포함한 외부 고객과 내부 고객인 병원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병원은 여러 전문 직종이 모여 일하는 곳이며, 그중 하나라도 빠지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설팀은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와 의료진, 직원 모두가 기본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유지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개개인의 세세한 취향까지 모두 충족해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더위를 많이 타고 또 누구는 추위를 많이 타는 등 개인차가 있는데, 이에 섬세하게 대처하기 위해 개별 난방기를 20대 이상 비치하는 등 최대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노후화된 시설, 공간 부족 등 여러 불편함이 있음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우수한 의료진을 믿고 우리 병원을 다시 찾아주시는 환자가 많습니다. 이제 새 병원을 단계적으로 짓는 것으로 승인이 난 만큼 환자가 만족하고, 병원 구성원들이 마음껏 의술을 펼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드리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
사무실이 외부에 있으면 동선이 길어져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지하 2층 사무실 근무를 자청한 우리 팀원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병원에는 복잡한 설비가 많아 일반 건축물보다 설비적인 부분에서 관리 포인트가 더 많은 편입니다. 따라서 우리 팀원들은 시설 관리에 최고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고객만족에 만전을 기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