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바야흐로 선선한 날씨의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요즘입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확찐자’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에 뒹굴거리며 활동량을 줄여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 소파에 앉아 TV만 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가 되면, 이상지질혈증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이상지질혈증의 여러 항목 중 저밀도 콜레스테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중성지방과 고밀도 콜레스테롤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글 이용제 가정의학과 교수 / 사진 송인호

이상지질혈증이란, 흔히들 일컫는 고지혈증의 정확한 의학적 명칭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지혈증이다’, 혹은 ‘콜레스테롤이 높아서 약을 먹는다’라고 한다면 총콜레스테롤이나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를 뜻하므로 고(高)지혈증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 지질에 이상이 있다는 포괄적인 개념이므로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뿐만 아니라, 중성지방이 높거나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까지 포함합니다.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잘 알려져 있는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달리, 중성지방이나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중성지방은 150mg/dL보다 높을 때,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남성은 40mg/dL, 여성은 50mg/dL보다 낮을 때 각각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이뿐만 아니라, 중성지방이 높으면서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낮으면 심뇌혈관질환을 비롯해 다른 포괄적인 건강 문제도 발생한다는 연구가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중성지방이 높고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낮은 사람들은 어떤 건강 신호등에 노란불이 켜지는지, 우리나라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당뇨병 위험도가 높아진다

한국인 1만여 명을 12년간 추적한 한국인유전체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성지방/고밀도 콜레스테롤의 비를 4개 군으로 나누었을 때, 가장 낮은 제1군에 비해 가장 높은 제4군에서 2.54배 더 당뇨병 발병 위험도가 높았습니다. 따라서 현재 혈당이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중성지방이 높고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낮다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기능에 이상이 동반되어 당뇨병에 취약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치주염 등 만성 염증 질환이 증가한다

건강한 치아를 노후까지 잘 유지하기 위해 치주염 예방 및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치주염은 흔한 구강 내 병변 중 하나로,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발병 위험도가 매우 높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기능에 이상이 있고, 인슐린 저항성은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지표를 대표하는 빅데이터인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중성지방/고밀도 콜레스테롤의 비를 4개 군으로 나누었을 때, 가장 낮은 제1군에 비해 가장 높은 제4군에서 1.5배 이상 치주염이 동반될 위험이 높았습니다.

중년 여성에서 동맥 경직도(동맥경화증) 위험성이 크다

동맥경화증 검사는 동맥의 뻣뻣함, 즉 동맥의 경직 정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서 수치가 높을수록 동맥이 경직되어 있고 동맥경화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합니다. 강남세브란스 헬스체크업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진 폐경기 중년 여성에서 중성지방/고밀도 콜레스테롤의 비를 4개 군으로 나누었을 때, 가장 낮은 제1군에 비해 가장 높은 제4군에서 동맥경화증이 발생할 확률이 2.77배까지 높았습니다.

중년 남성에서 남성호르몬이 떨어지고 근육도 감소한다

여성호르몬이 떨어지면 폐경이 오듯, 중년 남성에서도 무기력, 만성피로, 체형 변화, 성욕 저하 등 복합 증상이 동반되어 삶의 질이 떨어지는 남성갱년기가 올 수 있습니다. 남성호르몬이 감소된 남성은 당뇨병, 대사증후군, 지방간 위험도가 높습니다.

또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내장지방이 증가하고 근육의 양과 힘이 줄어드는 근육감소증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강남세브란스 헬스체크업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중년 남성에서 중성지방/고밀도 콜레스테롤의 비를 4개 군으로 나누었을 때, 가장 낮은 제1군에 비해 가장 높은 제4군에서 남성호르몬이 낮을 위험이 1.96배까지 높았습니다.

이상의 자료를 통해 나쁜 저밀도 콜레스테롤에 가려져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던 중성지방과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심뇌혈관질환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다양한 전신적 질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쌀이 주식인 동아시아권에서는, 서양에 비해 평균적으로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정상이지만, 중성지방이 높고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낮은 경향이 있어 중성지방/고밀도 콜레스테롤의 황금비율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연구자마다 주장하는 구체적인 비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중성지방/고밀도 콜레스테롤의 황금비율은 3:1 이내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성지방이 150mg/dL라면, 고밀도 콜레스테롤이 최소 50mg/dL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을 예방하거나 조절하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식단에서는 전체 칼로리를 줄여야 하고 포화지방산 및 트랜스지방산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유산소운동을 실시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병의 근원이 흡연과 과음이듯,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도 금연과 절주가 필수입니다.

결론적으로, 혈액 속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복병인 중성지방은 150mg/dL 미만으로, 아군인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남성 40mg/dL 이상, 여성 50mg/dL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고, 이러한 절대 기준뿐 아니라, 중성지방/고밀도 콜레스테롤의 황금비율인 3:1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확찐자’, ‘살찐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오늘부터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으면서 가벼운 운동과 산책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