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해도 환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수술 후 통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활의학과 박진영 교수는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 연구로 환자들의 수술 후 통증을 줄여 삶의 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글 김희연 / 사진 송인호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란 무엇인가요?

재활의학과 영역에서 전기자극치료는 예전부터 널리 사용해온 방법입니다. 통증 부위 주변에 패드형 전극을 붙여 전기에너지를 가해 통증을 완화하는 물리치료는 한 번쯤 받아본 적 있을 겁니다. 이러한 전기자극치료 중에서, 근육 내 특정 근섬유들을 타깃으로 바늘전극을 사용하는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intramuscular electrical stimulation)는 병변 부위의 과수축된 특정 근섬유들을 선택적으로 이완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치료는 근막통증증후군처럼 만성적으로 근섬유가 과수축되어 통증이 유발되는 환자분들에게 효과적이지만, 갑자기 목이나 허리의 근육이 긴장되어 목을 돌리거나 허리를 움직이기 힘든, 소위 말해 근육이 ‘삔’ 경우에도 효과적입니다. 즉, 근육의 급성·만성 긴장으로 인한 통증완화에 효과적인 치료입니다.

수술 후에도 수술 부위의 근육통과 이로 인한 운동 제한, 기침 유량 저하 등 연쇄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로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 연구를 계획했습니다. 수술 후 섬세한 환자 케어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시는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님께서 공동연구를 제안해주셔서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 후 통증은 왜 나타나나요?

수술 시, 수술 부위의 시야 확보를 위해 피부와 근육을 절개한 후 견인기로 당겨서 고정합니다.

수술 후에는 이 부위를 봉합하게 되는데, 절개-견인-봉합 과정에서 힘이 가해지면서 수술 부위 근육은 염증성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수술 부위의 근육이 붓고 근섬유들이 긴장하면서 통증은 더 심해집니다.

수술 후 환자분들이 느끼는 통증의 특징은 움직일 때 더 아프다는 점인데요, 이는 과긴장된 근섬유들이 환자의 움직임에 의해 평소보다 심하게 당겨지기 때문입니다.

이때 느끼는 통증은 내장통증(visceral pain)이 아니라 근육 등에서 느껴지는 ‘체성통증(somatic pain)’입니다

수술 후 통증을 줄이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수술 후 통증으로 환자에게 여러 가지 불편함과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프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수술 후에는 장시간 누워서 안정을 취하기 보다는 조기에 운동을 시작해야 심장과 폐, 장의 기능 등을 빨리 회복하고 근육 손실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술 부위 통증으로 운동하기 힘들어지고, 일상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등의 불편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수술 후 통증 감소는 운동 능력을 빠르게 회복하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의학적 중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합병증과 관련 있습니다. 수술 후 환자의 기침은 무기폐를 예방하고 가래를 쉽게 뱉게하여 폐렴을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복부나 흉곽 수술 부위의 통증이 심하면, 기침 시 숨을 빠르게 들이마시는 과정에서 통증이 악화되어 효과적인 기침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즉, 합병증 예방 측면에서도 수술 부위 통증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로 수술 후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하셨는데요. 어떤 원리인지 설명해주세요.

바늘전극이 과수축된 근섬유에 삽입되면, 바늘에 의한 물리적 자극뿐 아니라 전기자극을 통해 근섬유가 이완됩니다. 근육 이완과 더불어 시술 부위 주변의 혈류가 개선되면서 염증이나 통증을 유발하는 분자들(inflammatory cytokine)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의 효과를 조직학적 수준으로 살펴보기 위한 기초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라 저도 기초연구를 진행해 치료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골격근이 수축하려면 근섬유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근섬유분절(sarcomere) 내의 액틴 섬유(actin fiber)와 미오신 섬유(myosin fiber)가 결합해 유기결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를 시행하면 과수축되었던 근육이 즉각 이완되어 운동성이 좋아지고 통증이 바로 줄어드는 임상 경험에 미루어, 전기 자극을 통해 공급된 전자들이 근섬유 간의 유기결합을 직접적으로 끊어내어 근육을 이완시킬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혈류의 개선이나 생화학적 변화들은 그 후의 연쇄적인 반응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아직은 실험 연구를 통해 검증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어떤 분야에 활용할 수 있나요?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ETOIMS, Electrical Twitch Obtraining Intramuscular Stimulation)에 대해서는 골격근에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를 시행한 것이며, 이번 연구 외에도 현재까지 저희 연구팀의 연구 성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흉부외과 이성수·문덕환 교수팀과도 수술 부위의 통증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흉부외과에서 시행하는 비디오 흉강경수술 부위에 수술 후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를 시행해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대체할 수준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척수 손상 이후 몸통과 둔부, 하지의 근위부에 근경직이 동반되어 보행 속도가 느려지고 낙상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환자를 대상으로 하위 요추부 근육과 둔부 근육에 전기자극치료를 시행해 근육을 이완해주었더니 보폭과 보행 속도가 개선되고 더 균형 잡힌 보행이 가능했음을 발표한 연구도 있습니다. 늑골 골절 시 늑간근이 갑자기 과수축되면 심한 흉벽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옆으로 돌아눕거나 누워 있다 앉는 등의 간단한 체위 변경에도 심한 통증을 느낍니다. 통증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어 폐가 다친 것이

아닌데도 산소 부족으로 청색증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근육 내 전기자극치료를 늑간근에 시행하여 통증을 즉시 완화할 수 있습니다.

치료 후에는 몸통을 돌리거나 기침을 할 때 통증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높아지고 가래를 잘 뱉을 수 있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외상 후에 근육이 과수축하면서 인접한 신경을 압박하여 감각과 근력이 저하되었던 환자분의 경우, 본 치료를 통해 근육을 이완시켜 신경 압박을 해소함으로써 감각과 근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스포츠를 하다가 입은 손상으로 인해 과수축된 근육을 이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목 앞쪽 근육의 불균형으로 삼킴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활용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사로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조언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근골격계 통증으로 대학병원에 오시는 환자분들은 대체로 통증 강도가 심하거나, 오랫동안 통증을 겪고 있는 분들입니다. 근육통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생활 습관의 문제입니다.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서 뭉치는 근육들을 이완하고, 점진적인 근력 운동과 꾸준한 유산소운동으로 근육의 질을 향상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성실하게 시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든 일입니다. 그렇기에 근육통이 발생하면 방치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지역사회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길 권해드립니다. 통증이 장기화되면 치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통증 완화가 매우 더딘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이미 만성화된 통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우울해지기도 하는데요, 의료진과 상의하여 ‘꾸준하게 관리’하는 타협점을 찾아나간다면 훨씬 더 건강한 삶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모든 의사의 공통적인 목표는 환자와 환자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일 것입니다. 저 역시 환자들의 건강상 문제를 최대한 해결해드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학자로서는 직접 시행하는 검사법이나 치료법의 과학적 근거를 탄탄하게 확보하기 위한 연구들을 지속하여 ‘근거 중심의 의학’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특히 골격근의 병태생리와 골격근으로 야기되는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연구를 단계적으로 꾸준하게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또 수술실에서 시행하는 수술중신경계감시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 중입니다. 나아가 사회적으로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과 의료진의 가족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