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면역체계는 우리 몸의 항원에는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병원균을 포함한 외부 항원에 반응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면역체계가 비정상적으로 바뀌면서 우리 몸에 있는 특정 항원에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을 일컫습니다. 피부에 생기는 자가면역질환 중 대표적인 질환으로 자가면역 수포성 질환(autoimmune bullous disease)을 들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 수포성 질환은 항체에 의해 매개되는 자가면역으로 인해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모든 질환을 포함하며, 발생률이 매우 낮아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천포창(pemphigus), 유천포창(bullous pemphigoid)을 들 수 있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질환이 자가면역 수포성 질환에 속합니다. 그중에서도 천포창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글 김종훈 피부과 교수 / 사진 백기광

천포창이란?

천포창은 유천포창과 함께 자가면역 수포성 질환 중에서는 높은 빈도로 발병하는 질환입니다.

천포창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하늘 천(天), 물집 포(泡), 부스럼 창(瘡) 한자를 사용한 단어로, 그 뜻을 알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임상적으로 점막을 포함한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물집이 터지면서 나타나는 미란이 특징입니다. 심하면 전신의 피부가 벗겨지는 형태로도 나타나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80%에 이릅니다. 매년 100만 명당 1~5명꼴로 생기는 매우 드문 질환이며, 발병 연령대는 다양하나 보통 40~50대에서 잘 나타납니다.

1964년에 천포창 환자의 물집에서 항체가 발견되었지만, 그 항체가 인지하는 항원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1991년에 피부 내 존재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데스모글레인(desmoglein)이 천포창의 자가항원으로 밝혀지면서 천포창이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데스모글레인은 피부 중 어디에 있는 단백질일까요?

우리 피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 외곽에서부터 표피, 진피, 피하지방 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그림 1). 이 중 표피는 외부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물리적으로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표피를 주로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인데, 이들은 외부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인접한 각질형성세포들과 서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그림 1). 이들을 연결해주는 단백질 복합체를 결합체(desmosome)라 부릅니다. 결합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세포 내 단백질들(intracellular proteins)과 세포 표면을 관통하는 단백질들(transmembrane protein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결합체 내 세포 표면을 관통하는 단백질을 결합체 카드헤린(desmosomal cadherin)이라 칭하며, 결합체 카드헤린 중 대표적인 단백질이 바로 데스모글레인입니다(그림 1). 여기에 자가항체가 생기면 표피를 구성하는 각질형성세포들 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임상적으로 물집이 나타납니다.

천포창의 증상과 진단, 치료 방법

천포창은 증상에 따라 크게 보통천포창(pemphigus vulgaris)과 낙엽천포창(pemphigus foliaceus)으로 나뉩니다. 보통천포창은 천포창 중 가장 흔하며 점막을 포함한 피부에 물집이 나타납니다. 점막 중에서는 입점막을 잘 침범하는데, 입점막 물집은 쉽게 터지고 통증도 심해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습니다(그림 2). 낙엽천포창은 보통천포창과 달리 점막을 침범하지 않고 피부에만 나타나는 특징을 보입니다. 물집이 매우 표면적이라 쉽게 터지고 딱지를 형성하는데, 이러한 딱지 모습이 낙엽과 비슷하다 하여 낙엽천포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그림 2). 조직검사를 실시해 물집의 형태를 파악하고, 피부조직과 혈청을 이용한 면역형광검사에서 자가항체를 찾는 방법으로 천포창을 진단하게 됩니다(그림 3).

치료는 전신 스테로이드(systemic corticosteroids) 제제를 주로 사용합니다. 스테로이드는 광범위하게 면역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고, 천포창에 매우 잘 듣는 치료제입니다. 하지만 관해(寬解, 0.1mg/kg 용량의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에 물집이 생기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는 데까지 평균 약 30개월이 걸릴 정도로 장기 치료를 해야 합니다. 또 장기간 고용량의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는 골다공증, 당뇨, 고혈압, 쿠싱증후군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와 함께 스테로이드 부작용 관리도 병행해야 합니다.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투여 용량을 줄일 목적으로 면역억제제나 정맥 글로불린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항체를 생산하는 면역세포를 B세포라고 부르는데 2000년 중반에 들어서부터 B세포를 없애는 리툭시맙(rituximab)이라는 생물학적 제제를 천포창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리툭시맙을 투여받은 환자 중 75%가 3~6개월 만에 증상이 없어지는 관해에 도달하는 매우 훌륭한 치료 효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리툭시맙은 일부 환자들에게 폐렴, 패혈증 등 심한 감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환자의 동반 질환, 질병 상태, 치료 요구량을 종합하여 의학적으로 판단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림 1. 천포창 자가항원의 모식도

그림 2. 보통천포창의 입점막 임상 양상(왼쪽)과 낙엽천포창의 피부 임상 양상(오른쪽)

그림 3. 천포창 환자의 조직학적 소견. 보통천포창의 H&E 염색 시 나타나는 물집의 양상으로 표피 깊은 곳에서부터 각질형성세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 관찰된다(왼쪽). 낙엽천포창 H&E 염색 소견에서 표피 위쪽에서 각질형성세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가운데). 혈청 또는 조직에서 면역형광검사를 통해 자가항체를 관찰할 수 있다(오른쪽).

천포창의 재발 원인

리툭시맙이 천포창에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은 분명했으나 리툭시맙 치료 후 천포창 환자들의 상태를 장기간 관찰한 결과 약 40~70%의 환자에게서 병이 재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재발한 환자들에게 리툭시맙을 재투여하면 대부분 다시 관해에 도달하지만, 그 이후에도 절반가량의 환자들은 또다시 재발을 겪었습니다. 이렇듯 천포창 환자들은 리툭시맙 치료 후에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가지고 있어 재발 원인을 알아내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리툭시맙 치료 후 재발하는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항체를 생성하는 B세포는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질이 좋고 항원과 더 잘 붙는 항체를 만들기 위해서 세포 내 변화를 일으키는데 여포 보조 T세포(follicular helper T cell)라는 특수한 T세포 아형이 이러한 B세포의 변화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연구팀은 쥐 천포창 모델 실험을 통해 데스모글레인에 특이적인 여포 보조 T세포를 발견했고 이들이 항데스모글레인 항체의 생산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데스모글레인에 특이적인 여포 보조 T세포는 B세포가 없는 환경에서도 증식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리툭시맙 치료 후 B세포가 없는 상황에서도 데스모글레인에 특이적인 여포 보조 T세포가 존재하고 증식하여, 병을 일으키는 특이적인 B세포를 재생산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 전망

리툭시맙 외에도 최근 B세포의 활성을 억제하거나 항체의 생존 기간을 줄이는 방식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어 천포창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 생성되는 B세포가 다시 병을 일으키는 B세포로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B세포나 항체를 없애는 치료 전략만으로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천포창 환자의 혈액에서도 자가항체 생산과 연관이 있는 여포 보조 유사 T세포를 발견했고, 동물모델과 환자 각각에서 발견된 T세포에서 공통으로 공동자극분자인 ICOS(inducible costimulator)가 발현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포창 동물모델에서 ICOS 신호를 차단하자 질환의 활성도가 감소하고, 데스모글라인 항체가 감소하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후속 연구들을 진행해 입증해야 하겠지만, 앞으로 천포창의 완치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B세포나 항체에 적용하는 표적 치료뿐 아니라 B세포의 활성을 돕는 여포 보조 T세포 등을 억제하는 치료 전략도 함께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