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 교수와 만나다
저는 유방암 진료가 전문인 외과의입니다. 흔히 외과에서 주로 수술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질병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특히 유방암은 유전적 이질성이 특징인 암종의 하나인데, 관련 연구가 활발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세분화한 기준에 따라 맞춤치료를 하는 정밀의료
유방암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 유무나 ‘HER2’라고 하는 표적인자 유무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고 그에 따라 항암 치료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또 항호르몬제를 쓰느냐, 표적 치료를 하느냐로 나뉩니다.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같은 치료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정밀의료란 이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세분화되고 정밀한 개념으로,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와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분자적 수준에서 분석해 그에 맞는 치료를 제공합니다.
#정밀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정밀의료센터는 유전정보, 임상정보, 생활 습관, 환경적 요인을 포함한 정보를 토대로 개개인에게 최적의 맞춤형 의료(예방, 진단, 치료)를 제공하는 차세대 의료를 목적으로 합니다. 최근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등 유전학 분야의 연구가 발전해 유전성 암이나 희귀질환의 원인을 밝히고 진단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임상 유전체학 연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며 정밀의료를 통한 혁신적인 의료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도 이런 흐름에 맞춰 지난 5월 정밀의료센터를 열었습니다.
현재는 환자의 암조직으로 시행한 유전자 검사에서 병적 변이가 발견되고 변이된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있는 경우, 그리고 그 약물이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표준치료로 받아들여졌을 때만 암환자의 맞춤형 치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당장 모든 환자가 개별적으로 본인에게 맞는 약을 제공받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임상시험을 거쳐 연구 결과가 공고해져야 하기에 아직 완벽한 단계는 아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가족 단위 유전체 분석을 실시하는 유전상담과 개별 맞춤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밀의료센터를 만들기까지
강남세브란스 정밀의료센터는 병원장님의 지원에 힘입어 짧은 시간 안에 준비를 마치고 개소할 수 있었습니다.
정밀의료는 현대의학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필수 요소입니다. NGS 장비를 통한 유전자 분석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고, 현재의 의술로는 치료가 힘든 환자를 위한 임상시험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정밀의료센터를 위한 인프라 구축
정밀의료센터에서는 유전상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장비로 매주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주체는 병리과이지만 정밀의료센터를 찾고 치료 효과를 경험하는 환자가 많아지게 하려면 다른 여러 진료과가 정밀의료센터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올해 초 설명회를 개최했고 현재 여러 과가 협력하여 정밀의료센터에 환자를 의뢰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환자가 정밀의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현재 정밀의료는 암환자의 맞춤형 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연구에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유수의 기관에서는 이미 정밀의료를 시행하면서 쌓인 많은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우리 병원도 이에 발맞춰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양질의 연구를 실현해 더 많은 환자가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현주 교수와 만나다
정밀의료센터에서 유전상담을 맡고 있는 이현주입니다.
유전상담은 유전자 검사 전후 유전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결과 해석으로 환자와 고위험군 가족의 진단과 치료, 예방 방침 수립을 돕는 필수 과정입니다. 유전자 검사 전 환자의 가족력 조사,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 검토, 적절한 검사 방법 선택은 물론, 환자와 가족의 충분한 이해를 돕는 기능도 합니다. 또 유전자 검사(암 NGS 패널 및 가족 스크리닝 유전자 검사) 후 검사 결과 설명과 증상 전 고위험군 가족에 대한 유전성 암 발생 위험률 평가, 환자 및 고위험군 가족의 스크리닝 가이드라인도 제공합니다.
#정밀의료에 대한 생각
2015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뇌까지 번진 악성 흑색종(피부암)에 ‘키트루다’라는 면역 항암제를 써서 4개월 만에 완치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때 주목받기 시작한 면역 항암제는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서 인식되지 못하도록 면역회피물질을 만들어내 면역반응에 공격받지 않고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또 환자별로 종양이 암세포의 면역회피물질을 생산하고 있는지 검사하고,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을 적절하게 잘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면역체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렇게 유전적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해 기존 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정밀의료입니다.
#강남세브란스 정밀의료센터
정밀의료센터에서는 암환자와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내과, 외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가 협진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유전정보를 이용한 개별 맞춤치료를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수술 또는 시술의 조직 샘플과 혈액을 이용해 NGS 검사를 합니다. 정확한 유전체 정보 분석이 이루어져야 개인 맞춤형 의료인 정밀의료가 가능하므로 NGS 패널의 확장과 고도화에 힘쓰고,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의 정밀의료 전문가와 유전체 분석기술의 고도화 기틀을 더 확고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치료 표적 유전자 변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유전체의 치료제 개발과 도입에 맞춰 유전성 재발암이나 전이암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맞춤치료의 기틀을 마련해나갈 것입니다.
또 유전상담 진료 세션을 마련해 임상유전학 전문의가 유전성 암 및 희귀질환 환자의 유전질환을 환자와 가족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고위험군 가족에게는 유전자별 스크리닝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조기 암 진단과 치료를 통해 암환자의 사회적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기억에 남는 첫 번째 환자
제가 처음 만난 환자는 29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입니다.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은 전체 유방암의 10~15%를 차지하는데, 이 환자는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BRCA2(유방암 유전자)가 확인되었습니다. 3대까지 유전상담을 하기 전 가계도를 확인해보니 아버지는 전립선암을 진단받았고, 친할아버지는 췌장암 진단 후 사망한 가족력이 있었습니다. 가족 유전자 검사 후 환자의 아버지가 남자이지만 동일한 BRCA2 유전자변이를 보여 결과를 설명해주고, 자녀에게도 50% 확률로 유전이 될 수 있으므로, 가족 유전자 검사를 추천했습니다. 또 환자와 동일한 돌연변이를 가진 아버지에게는 주기적으로 조기진단 스크리닝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고 암 예방을 위한 추가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정밀의료센터로
선도적인 맞춤형 개별 치료를 위해 더 정확하고 고도화된 유전자 검사를 바탕으로 한 진단과 치료, 의료진 간의 긴밀한 협진은 정밀의료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관리하며 우리 병원 정밀의료센터가 우리나라 대표 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