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편히 쉴 곳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지친 내 마음이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찾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족들의 삶의 활력소이자 마음의 쉼터는 무엇일까? 송우용 원목실장과 강나루 간호사의 안식처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카메라 셔터가 내는 '찰칵찰칵' 소리가 제 귀엔 그렇게 상쾌하고 시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소리에 홀려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초등학생 때인 1960년대 중반, 아버지께서 자동카메라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작은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대학 시절엔 제가 찍은 사진을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했어요.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을 사진에 담기도 했지요.
주변에서 완벽주의자라는 평을 듣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제 사진엔 여백이 많습니다.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는 사진 찍기를 통해 순삭해버리곤 하죠. 사진을 찍고 있으면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쉬는 날이면 카메라를 넣은 배낭을 메고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우연히 만나는 풍경은 제 카메라의 피사체가 됩니다. 여백을 가득 담은 사진은 제 삶의 여백이자 빈틈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찍은 사진과 글을 엮어 낸 책 『여백의 미』 개정판을 준비 중입니다. 또 의료선교봉사 때 만난 사람들의 기도 모습을 저만의 감성으로 담은 사진도 모아서 무언가를 만들어볼 참입니다.
의료는 과학을 통한 치료입니다. 여기에 영적인 치료인 치유를 더한다면 더없이 완벽하겠죠. 원목으로서 환자들에게 할 수 있는 '치유' 과정에 사진을 접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진을 통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치유될 수 있다면 저의 취미는 더 의미 있게 다가올 테니까요.
3년 전 한 문화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듣기 시작한 캘리그래피 수업. 그때까지 붓으로 한글을 쓰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수업 중 영문 캘리그래피를 접하게 됐습니다. 영문 필기체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이 좋아 새로운 선생님을 찾아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우아한 카퍼플레이트(copperplate)를 배우며 캘리그래피와 사랑에 빠졌고 계속 새로운 서체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손글씨의 힘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선물할 때 캘리그래피로 감사 멘트를 써 드리면 받는 분의 감동은 배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귀를 찾아 예쁘게 쓰고 꾸미다 보면 마음도 정화되고, 명언을 쓰면서 긍정 마인드가 쌓이기도 합니다.
이런 에너지를 환우와 동료들과 나누는 것이 참 좋습니다.
2018년 직장 동료들과 원내 캘리그래피 동호회 '캘리강스'를 만들었습니다. 동호회 회원들과 병원에서 작은 전시회와 희망 메시지 쓰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병원 생활에 지친 환우들과 바쁜 업무로 힘든 직장 동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좋은 글귀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올겨울,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나눠 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제가 쓴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으신다면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영문 캘리그래피 소모임 회원들과 전시회도 열 생각입니다. 마취회복실에서 항상 환자들의 안전과 회복을 위해 소임을 다하며 캘리그래피를 통해 긍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간호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