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듣는 기능 외에도 몸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청력이 떨어지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쳐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지고 사회생활에서 위축되거나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귀 건강을 위해 최적의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남기성 교수에게 귀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글 편집실 / 사진 백기광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귀파트의 특화된 진료나 치료 방법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3월부터 이비인후과에서 귀파트를 담당하며 어지럼증에 관심을 갖고 환자 진료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 이비인후과 귀파트는 송찬일 교수님과 저 이렇게 두 명의 전문의가 분야를 나누어서 유기적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송찬일 교수님은 난청, 중이염, 청신경 종양 진료를, 저는 어지럼증, 이명, 중이염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 이비인후과는 뇌기저부 종양 수술 부문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신경외과와 협진해 청신경 종양 환자의 수술 전 진단과 검사, 수술 후 청력 및 전정기능 재활 치료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최고의 실력과 경험을 갖추고 난청과 어지럼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이비인후과 청력검사실과 전정기능 검사실 선생님들도 빼놓을 수 없는 이비인후과의 자랑입니다.

귀 질환과 관련한 어지럼증이 전문분야인데,
어지럼증의 원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대부분 귀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원인입니다. 대표적으로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이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우리의 양쪽 귀는 머리 움직임과 위치에 대한 정보를 뇌에 전달하고 이에 맞춰 눈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한쪽 귀의 기능이 저하되면 양쪽 균형이 깨지는 경우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뇌출혈이나 뇌졸중 혹은 종양성 질환 등에 의해서도 어지럼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말이 어눌해진다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게 되지만, 아주 드물게 어지럼증만이 주 증상인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이 외에 빈혈이나 심장질환 혹은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신경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어지럼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귀 관련 질환도 생활 패턴 변화에 영향을 받는지와 건강한 귀를 유지하기 위한 생활 수칙 및 예방법이 궁금합니다.

노령인구 증가에 따라 노화와 관련한 질환이 증가하고 있는데, 노인성 난청과 치매가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공동으로 시행한 국민건강 영향평가사업 보고서(2009)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 인구의 약 70%가 경도 이상의 난청 증상을 보이며 그중 30%는 중등도 난청으로 보청기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치매 역시 매년 증가해 65세 이상 인구 약 8%에 해당하는 42만 명이 치매 환자로 보고되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와 국립노화연구소는 최근 치매와 난청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경도 난청(25~40dB)의 경우 치매 발생률이 정상 청력보다 평균 1.89배, 중등도 난청(40~70dB)은 3배, 70dB 이상의 고도 난청은 5배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즉, 난청의 정도가 심할수록 치매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60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발생한 치매의 경우 약 1/3가량이 난청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다른 논문에서도 보청기를 사용하는 난청 그룹의 경우 인지기능 점수가 더 높아 보청기 사용이 인지기능과 긍정적인 관련이 있음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난청은 사회생활에서 위축되거나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 장애 발생을 높일 수 있으므로 보청기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합니다. 

흡연이 난청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많습니다. 담배의 니코틴이 혈관을 직접 수축시키기도 하고 만성적인 일산화탄소 흡입으로 저산소증을 일으켜 미세혈액순환장애 또는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해 내이 기관의 혈류순환 기능을 떨어뜨리므로 청력에 영향을 끼칠 수있습니다.  기계문명의 발달에 따라 생활 소음이 증가하면서 현대인들은 소음 공해라 일컬을 만큼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어폰과 헤드폰, 컴퓨터 게임, 클럽,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응원 등 문화생활에 따라 다양한 소음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소음성 난청의 유병률이 높아지고 연령층도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통 75dB 이하의 소리는 난청을 유발하지 않지만 버스, 지하철, 식당 내의 소음이 80dB 정도라 이러한 장소에서 음악을 들으려면 90dB 이상의 볼륨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반복적으로 되풀이하고 이어폰과 헤드폰을 통해 큰 소리에 노출된다면 장기적으로 청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아주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최대 볼륨의 60% 이하로 듣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외부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차폐형 이어폰·헤드폰이나 잡음 제거 기능이 소음성 난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어폰과 헤드폰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 최대 음량 기준을 제정·시행 중인데, 우리나라도 비슷한 기준의 제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현대인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 피로, 수면 부족 등은 내이 및 대뇌의 기능에 악영향을 미쳐 어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자신만의 해소법을 마련하고 지나친 다이어트, 폭음, 폭식 등 불규칙한 식습관을 피해야 합니다. 밤낮이 바뀐 생활도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수면 부족과 과로 등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평소 꾸준히 운동하고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내과 질환(고혈압, 당뇨, 갑상선질환 및 빈혈)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최근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분야가 궁금합니다.

전정보상(vestibular compensation)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입니다. 우리 귀는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으로 인해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눈으로 보고 뇌로 전달되는 신호와 몸의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호를 통해 부족한 전정신경을 보충하면서 어지럼증이 어느 정도 회복됩니다. 그리고 손상된 전정신경 역시 자발적인 회복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전정신경의 회복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측 귀로 전달되어 전정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전기자극 신호인 '갈바닉 전정자극'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해 동물실험으로 그 과정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귀 분야 전문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대부분의 어지럼증, 일측성 전정장애 환자들은 큰 문제 없이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회복하는데 일부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반복되는 어지럼증과 균형장애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삶의 질이 떨어지고 노인은 낙상 위험성도 증가합니다.

또 우울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사회·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최상의 진료와 연구를 통해 이러한 환자의 전정기능 회복 과정을 돕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여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