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막은 전신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직입니다. 건강하게 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망막에 생길 수 있는 질환을 알고 예방법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김민 안과 교수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신경조직으로 각막 및 수정체를 통과한 빛이 한군데 모여 망막에 맺히면, 망막의 시세포들이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의 시각중추까지 전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빛이 외안부를 통해 망막, 시신경을 거쳐 뇌로 가는 경로의 어떤 부분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보는 데 이상이 생깁니다.

잘 안 보인다고 모두 망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망막에 문제가 있을 때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요?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들 수 있지만, 시력은 각막 및 수정체 질환, 광학적 문제(optical problem)에 의해서도 떨어질 수 있으며 오히려 이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백내장, 건조증 등으로 인해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서 망막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은 아닙니다. 망막 중에서도 시력의 중심에 해당하는 황반부(fovea)에 문제가 생기면 시력 저하나 사물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이 생깁니다. (그림 1) 이 외에도 망막질환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 보이거나 어둡게 보이는 시야 결손 증상도 생길 수 있습니다. 황반부에 문제가 생기면 시야 중심 부분이 까맣게 보이는 증상도 생길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심한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눈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간지러움, 뻑뻑함, 이물감, 충혈 등은 망막질환과 관련이 적지만 다른 중요한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니 안과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림 1. 황반부에 병변이 있는 환자에서 암슬러 격자 검사를 시행한 결과. 시야의 중심부 주변으로 암점 및 일그러져 보이는 변형시가 확인됩니다.

(From Ashar, B., et al. [2012]. The Johns Hopkins Internal Medicine Board review: Certification and recertification [4th ed.]. Philadelphia, PA: Saunders.)

가장 흔한 망막질환

외래에서 자주 보는 환자들은 연령관련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질환 환자입니다.

그 외에도 망막박리 등 응급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도 있습니다. 황반변성은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망막에 노폐물이 쌓이고, 맥락막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신생 혈관이 망막 쪽으로 자라 들어와 출혈, 부종 등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그림 2)

연령관련 황반변성의 초기 환자들은 색감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중심 시력 저하와 변형시를 호소합니다.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로 치료할 수 있으며, 반복적인 주사 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시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거나 심한 경우에는 시력 개선 효과도 떨어지게 됩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고혈압, 당뇨, 대사증후군 등의 질환 발생이 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당뇨병은 여러 장기에 합병증을 일으켜 임상적으로 중요합니다.

눈 또한 당뇨합병증이 발생하는 주요 장기로, 제2형 당뇨를 앓는 환자는 1년에 1회 이상 망막 진료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당뇨망막병증은 고혈당으로 눈 속의 모세혈관이 손상되고 망막에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보상작용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혈관이 새로 생기면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신생 혈관이 생기는 단계인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진단되면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며, 레이저광 응고치료, 신생 혈관을 유발하는 환경을 조절해주는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 치료 등이 필요합니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되면 신생 혈관에서 피가 터져 눈 속이 피로 가득 차는 유리체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섬유성 막이 자라 망막을 잡아당기는 견인망막박리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당뇨를 앓는 환자들은 망막의 중심인 황반부가 잘 붓는 당뇨황반부종이 생기기도 합니다. 중심 시력 저하 및 변형시 등을 초래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및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망막 앞에 비정상적으로 섬유성 막이 생기는 망막전막은 섬유성 막이 망막을 잡아당기면서 시력 저하 및 변형시를 초래합니다. (그림 3) 증상이 심하지 않고 망막의 모양이 많이 변형되지 않은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할 수 있지만, 시력에 큰 영향을 주거나 망막이 심하게 변형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로 망막전막을 제거하는 게 좋습니다.

그림 2.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의 안저 사진. 다발성의 노란 반점들이 관찰되며, 중심와 주변으로 출혈 소견이 관찰됩니다.

그림 3. 망막전막 환자의 빛간섭 단층촬영 검사 결과. 망막전막으로 황반부가 두꺼워지고 평평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액순환 장애로 생기는 망막질환과 망막박리

뇌졸중, 심근경색 등은 각각 뇌 혹은 심장으로 가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눈에도 이와 같이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망막의 동맥 혹은 정맥이 폐쇄되면 각각 허혈로 인한 저산소증이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부종 및 출혈 등이 발생해 시력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동맥 폐쇄는 심한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합병증으로, 치료가 매우 어렵습니다. 정맥폐쇄는 동맥 폐쇄보다 경과가 좋기는 하나, 황반부종 및 신생 혈관 등에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망막 혈관 이상이 발생할 정도로 혈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의 구석이 검게 가려져 보이는 증상이 생기는 망막박리가 있습니다. 노화나 외상 등의 원인에 의해 망막이 찢어지거나 망막에 구멍이 생기고 그 틈으로 액화된 유리체가 들어가면 망막이 떨어지는 망막박리가 발생합니다. 떠다니는 검은 점이 무수히 많이 생기거나(비문증) 커튼을 친 것처럼 검게 가려 보이는 증상이 특징입니다. 망막박리는 안과적 응급질환으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바로 안과 진료 후 레이저 치료나 수술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망막질환 진단과 관리 방법

안과에 오면 일반적으로 시력 및 안압 검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세극등 현미경으로 눈을 관찰하고 이상 여부를 확인합니다. 여기에 안저검사, 빛간섭단층촬영검사, 안저촬영, 형광안저조영술, 안구초음파 등의 추가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망막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우리 눈의 갈색동자(홍채)를 확장해 눈 속을 직접 들여다보아야 하며, 산동제를 점안하면 약 4시간 정도 눈부심, 가까운 곳의 시력 저하 등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산동 검사를 시행하게 되면 4시간 정도는 운전을 하기 힘들고, 진료 후 주사 치료나 레이저 치료 등을 받게 될 경우 불편감이 더욱 오래가기 때문에 망막 외래에 내원할 환자들은 되도록 자차 이용을 삼가고 보호자가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망막질환 중에는 완치되는 질환이 있는가 하면 완치는 힘들고 오랜 기간에 걸쳐 관리해야 하는 질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아는 연령관련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등의 질환은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필요시 적절하게 치료받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효과적인 치료 약제와 수술기법 등을 적용하여 안정적인 상태로 관리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진단하면 시력 예후가 나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안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눈에 불편감이 생겼을 경우 바로 진료를 받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망막질환도 다른 질환처럼 약물로 치료하는 내과적 치료, 직접 수술 혹은 시술을 가하는 외과적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가장 널리 사용하는 치료법은 유리체강 내 약물 주입술이며,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혹은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눈 속으로 직접 주입하는 치료입니다. 그 외에도 레이저 치료나 유리체절제술, 공막돌륭술 등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야외 활동에 선글라스는 필수!

건강을 지키려면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한 것처럼 망막질환을 예방하려면 전신 건강 관리가 중요합니다. 당뇨, 고혈압 등의 전신질환이 망막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혈당과 혈압 관리가 중요합니다. 연령관련 황반변성 등의 질환은 눈 질환에 효과적인 AREDS 용법의 비타민을 복용하면 치료가 필요한 습성형 황반변성으로 진행하는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손쉽게 망막 및 다른 안과적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바로 선글라스 착용입니다.

야외 활동을 할 때 쬐는 햇빛에는 자외선이 포함되어 있으며, 자외선은 망막 및 수정체 등 눈의 여러 조직에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이 가능한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눈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