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매 순간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흡근육이 마비된 환자들에게 ‘숨’은 그야말로 ‘삶’ 그 자체다. 기계에 의한 호흡, 스스로 숨 한 번 크게 내쉬는 것이 소원인 환자들에게 희망의 숨결이 되고자 노력하는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장 강성웅 교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백기광
세계가 주목하는 ‘착한 기술’ 개발자
코로나19 감염환자가 급증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세계적 팬데믹을 선포했다. 코로나19 중증환자 중 약 30%에서 폐에 이상이 발견되고 있고, 특히 폐를 먼저 망가뜨려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중증환자에게는 인공호흡기 장착이 필수다.
이에 전 세계 각국은 인공호흡기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인공호흡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장 강성웅 교수가 지난 2016년에 개발한 간이인공호흡기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강성웅 교수가 개발한 간이인공호흡기는 간단한 공기 주입 기구에 기계장치로 압력을 가해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호흡을 장시간 보조해줄 수 있고, 저렴한 비용과 간단한 제조시설만으로도 만들 수 있어 중증환자에게 임시 방편으로 사용하거나 호흡 근육이 마비된 근육질환이나 척수손상 환자에게 장기적 호흡보조기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호흡기는 폐렴을 비롯한 중증 호흡기질환 환자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의료장비지만, 현재 부족한 수량과 개당 3,00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많다.
강성웅 교수가 간이인공호흡기에 관심이 있는 나라나 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기본적인 제작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애초 강성웅 교수가 간이인공호흡기 개발에 착수하게 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비용 때문에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수 없는 신경근육계질환 환자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경근육 희귀질환 환자는 장기적으로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이 시작되면서 인공호흡기 사용이 보편화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경제적인 문제로 인공호흡기 사용을 포기하는 환자가 많았습니다. 2010년부터 여러 나라를 방문해 호흡재활 국제 교육을 진행하게 되면서 아직까지도 경제적인 문제로 인공호흡기 사용을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간이인공호흡기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값싸고 만들기 쉬운 간이인공호흡기와 같은 '착한 기술'의 개발 배경에는 소중한 인명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사의 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다시 숨을 쉬게 하기까지
우리나라 호흡재활은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시초로, 지금까지 선도적인 역할을 계속해오고 있다. 지난 2009년 1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는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성근위축증 등 희귀 신경근육계 질환자와 척수손상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 십여 년간 우리 센터가 이루어놓은 결과를 되돌아보면 중증 호흡장애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으며 재활의 기회도 활짝 열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호흡질환 환자의 재활은 교육과 다양한 기법, 기구를 이용하여 포괄적이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여 호흡장애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환자의 운동능력을 향상해주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높여줌으로써 일상생활에서 호흡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신경근육병은 근육이 서서히 약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병으로,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하지 않으면 평생 휠체어나 침대에 누워서 생활해야 한다. 호흡을 위한 근육도 약해져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한다.
강성웅 교수는 지난 2000년 국내에서 처음 이들을 위한 체계적 호흡재활 치료를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 호흡장애 환자들에게 새 숨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그는 호흡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은 의학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증 호흡장애 환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잘못된 인식과 충분하지 못한 진료 지원 시스템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희귀난치성 질환일수록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치료, 완치가 가능하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인식이 중요한 때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는 그동안 국내 호흡재활분야를 정착시키고 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환자 치료와 더불어 의료 사회공헌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던 많은 환자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또, 열 개국 이상 의료인 30여 명에게 무상교육을 시행해 그들이 자국의 중증 호흡장애 환자를 관리하는 일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호흡을 매일 '의식'하며 살아가는 일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우리 센터는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꾸준히 매진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계속해나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성웅 교수는 호흡재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사회적 인식이라며, 신경근육병 환자에게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줌으로써 그들이 다시 숨을 쉴 수 있도록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