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로
항생제 내성과 감염질환
극복에 도전

(주)aiCAN 대표,
진단검사의학과 정석훈 교수

AI 기술은 임상미생물 연구분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 변이, 기능적 특성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핵심적으로 활용되면서 미생물 연구의 데이터 분석과 해석을 혁신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가운데 진단검사의학과 정석훈 교수가 차세대 기술을 임상에 적용하는 스타트업, (주)aiCAN을 창업했다.

편집실 / 사진 윤선우

차세대 기술의 선제적 도입

2024년 12월 창업한 aiCAN은 AI와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로 항생제 내성과 감염질환을 극복해 감염의 위험을 경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aiCAN 창업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임상미생물 연구팀이 오랜 기간 축적한 성과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연구팀은 세균 및 항균제 내성에 대한 연구, 감염병의 전파 기전 분석,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세균의 전장유전체 분석 등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의 강점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통해 감염병 진단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종 업체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전장유전체 분석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시체계(Kor-GLASS) 사업의 주체로서, 전국 10여 개 병원에서 수집한 균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원헬스 AMR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사람, 동물, 환경의 건강이 상호 연결된 원헬스 관점에서 항생제 내성균 대응을 고도화하는 다부처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이처럼 국내에서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주요 사업은 대부분 우리가 수행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aiCAN이 이 같은 대규모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미생물 연구에 AI 기반의 차세대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이 원동력이 되었다. NGS 기술은 한 번에 수백만 개의 DNA를 읽어낼 수 있어 미생물의 정체뿐 아니라 기능까지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aiCAN은 NGS를 활용해 생물체의 전체 유전체를 해독하고 모든 유전변이를 고해상도로 분석하는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해 짧은 시간에 방대한 양의 균주들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항생제 내성을 예측하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법을 제안하는 등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aiCAN이 수행하는 임무다. 회사 미션을 ‘첨단의료기술의 임상적용을 선도하여 인류건강에 기여’라고 정한 이유가 와닿는 부분이다.

연구 영역에 머물던 첨단기술을
처방 가능한 진단검사로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미래 의학을 열어갈 열쇠로 급부상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인체와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통해 건강과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법과 예방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NGS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해 건강과 질병 예방 치료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미생물을 배양해서 연구했지만, 대부분의 미생물은 실험실에서 배양이 어렵거나 배양 조건을 갖추기 힘들었다. 따라서 관찰할 수 있는 미생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 실제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NGS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배양이 불가능한 미생물까지 포함한 전체 미생물 군집을 분석할 수 있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지평이 완전히 바뀌었다.

“의학자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NGS의 발전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새로운 길이 열렸으니 연구 영역에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다음 스텝으로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이크로바이옴이 병인을 밝히기 힘든 질병의 병태생리를 진단하기 위한 검사로서 바이오마커가 명확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아직 부족합니다. 또 검체 검사를 여러 번 반복해도 같은 결과가 계속 나오려면 정확도와 정밀도를 갖춰야 하는데 아직 표준, 정도관리가 미비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시장의 미충족 수요를 첨단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aiCAN의 역할이자 비즈니스 영역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aiCAN은 일반 스타트업과 달리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 반응) 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사용처도 없는데 가격만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계기로 전 국민이 신뢰하는 유전자증폭기술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이 분야에서 사업이 안정화되고 발전하려면 임상적 요구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어서 aiCAN이 연구 기업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정석훈 교수의 설명이다.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2단검사의학과는 ‘의학적으로 반도적 위치에 놓여 있는 과’다. 병원의 모든 검사를 담당하다 보니 새로 개발된 기술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고, 이러한 기술들이 의료 영역으로 완전히 접목될 때까지 길목에 있는 과이기 때문이다.

“저는 진단검사의학과 중에서도 주로 감염을 다루는 임상미생물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우리 연구팀은 전국 최고의 실적을 확보했습니다.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갖췄으니 이제 우리 연구원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마음이 커서 창업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PCR,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하는 키트(kit) 시장도 점차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세균 시장이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내성유전자 키트와 항생제 추천 AI 프로그램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시장 변화를 주시하며 단계별로 사업 목표를 설정해 점진적인 성장을 이뤄갈 계획이다. aiCAN의 핵심이 감염 분야인 만큼, 첨단 기술을 융합해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정석훈 교수의 철학이다.

평생 연구와 진료, 교육에만 힘써온 대학교수들에게 창업은 미지의 영역이다. 예측할 수 없기에 두렵지만, 그래서 도전할 가치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창업을 고민하는 동료 선후배 교수들에게 정석훈 교수는 ‘머리가 말랑말랑해져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세상의 변화를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다.

“내가 처한 환경이 척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힘들고 불리해 보여도 결국은 본인의 의지가 있으면 하는 겁니다. 스스로를 믿으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연구를 손에서 놓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연구를 하다 보면 변화하는 최신 트렌드를 다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때는 창업을 해도 좋지 않을까요?”

연구의 목표는 논문을 쓰는 것이고 회사의 목표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연구과정이 기본적으로 회사 운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정석훈 교수는 다만, 창업을 준비할 때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몸담고 있는 교수로서 목표가 조금 더 크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