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영상 인공지능이 여는
예방적 건강관리의 시대
의료 영상은 환자의 몸을 비추는 여러 개의 창이다. X-ray는 넓고 빠르게 훑고, CT는 미세한 구조를 입체로 드러낸다. MRI는 연부조직의 결을 살리고, 초음파는 침상 곁에서 즉시 확인한다. 유방촬영은 여성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표준 스크리닝의 축을 맡고, PET-CT는 대사 변화를 조기에 잡아낸다. 치과 CBCT는 구강악안면의 미세 구조를 정밀하게 보여주고, 디지털 병리는 세포 단위의 확증을 담당한다. 인공지능은 이 모달리티들의 장점을 보강하고 단점을 완화하며, 서로 다른 신호를 시간의 흐름 위에 정렬하는 시대를 연다.
글 임재관 엑스큐브 대표

영상은 기록인 동시에 예고장이다. 지금 보이는 소견이 내일의 결정을 부르고, 그 결정이 다시 다음 영상의 의미를 바꾼다. 인공지능은 잡음 속에서 신호를 분리하고, 일회성 판단을 시간의 계열로 바꾼다. 같은 환자를 어제의 기준과 오늘의 기준으로 다르게 보던 관성이 줄어든다. 환자는 설명을 그림과 숫자로 듣고, 의료진은 합의의 속도를 얻는다. 영상의 다양성은 복잡함이 아니라 여유를 만든다. 한 영상이 놓친 것을 다른 영상이 보완하고, 서로의 약점이 겹치지 않게 배치된다. 인공지능이 각 영상의 최적 지점을 찾아주면 진료는 과잉과 과소 사이에서 균형을 되찾는다.
왜 지금 다양한 모달리티를 함께 봐야 하는가
진료 현장은 한 장의 이미지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사람을 X-ray, CT, MRI, 초음파, 유방촬영, PET-CT, 치과 CBCT, 디지털 병리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비추고, 선별과 정밀, 기능과 대사, 확증의 단계가 이어지며 한 사람의 흐름이 만들어 진다. 인공지능은 이 연결부에서 반복과 정렬을 맡는다. 잡음 속에서 신호를 분리하고, 일회성 판단을 시간의 계열로 바꿔 같은 환자를 어제의 기준과 오늘의 기준으로 다르게 보던 관성을 줄인다. 환자는 설명을 그림과 숫자로 듣고, 의료진은 합의의 속도를 높인다. 영상의 다양성은 복잡함이 아니라 여유를 만든다. 한 영상이 놓친 것을 다른 영상이 보완하고, 서로의 약점이 겹치지 않게 배치된다.
함께 본다는 말은 모달리티를 단순히 합친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판단 근거를 한 화면에 세워 중복과 지연을 줄인다는 뜻이다. 선별 단계에서는 놓치지 않는 것이 우선이고, 정밀 단계에서는 불필요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며, 확증 단계에서는 근거를 고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공지능은 이 우선순위가 섞이지 않게 후보를 정리하고, 위험이 높은 항목을 먼저 올려 의료진의 시간을 배분한다. 그 결과 소모적인 왕복이 줄어들수록 집중해야 할 판단이 선명해진다. 같은 메시지가 다른 날에도 같은 의미로 전달되면 환자의 경험이 안정되고, 추적 계획이 단순해진다.
X-ray의 속도와 범위를
인공지능이 보완하는 방법
X-ray는 넓고 빠르게 훑는다. 선별과 추적이라는 관문을 맡지만 겹침과 낮은 대비가 한계로 남는다. 인공지능은 미세 음영의 흔들림과 경계의 끊김을 후보로 올리고, 호흡이나 체위로 인한 품질 저하를 감지해 판독 전 흐름을 정리한다. 후보가 정리되면 대기 순서가 달라지고,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환자를 더 일정한 품질로 보게 된다.
추적의 핵심은 과거 비교다. 과거와 현재를 같은 기준으로 맞추는 순간 작은 변화가 의미를 얻는다. 이때 인공지능은 단순히 표시를 남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변화의 방향과 크기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시한다. 재촬영이 필요한 경우와 필요하지 않은 경우를 분리하면 환자의 불필요한 노출이 줄고, 의료진의 시간도 절약된다. 검진 환경에서는 표준화가 성과가 되고, 응급 환경에서는 속도가 성과가 된다. 품질 경고와 후보 정리가 앞단에서 이루어지면 이 두 환경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로 번지는 구간이 좁아진다.
CT의 입체 정보와 변화 추적을
인공지능이 가속하는 방법
CT는 미세한 구조를 입체로 드러낸다. 작은 결절과 석회화가 잘 보이는 만큼, 비교와 추적이 핵심이다. 인공지능은 후보 병변을 자동 탐지하고 필요하면 분할해 부피와 밀도를 수치로 만든다. 과거 영상과 정합해 변화율을 함께 보여주면 판단의 근거가 흔들리지 않는다. 근거 슬라이스와 변화 그래프, 불확실성 표기가 함께 가면 보고의 왕복이 줄고, 의료진은 예외와 맥락에 시간을 쓴다.
응급 상황에서는 우선순위가 생명이다. 뇌출혈과 대혈관 질환처럼 시간 민감도가 높은 후보를 먼저 올리면 치료 시작이 앞당겨진다. 외래에서는 추적 권고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결절의 크기나 석회화의 양을 매번 다른 방식으로 말하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 흔들린다. 그래서 같은 지표를 같은 방식으로 산출하고, 불확실한 경우는 불확실하다고 표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덜 울리되 맞게 울리는 알림이 남아야 신뢰가 쌓인다. 우선순위 큐와 불확실성 표기, 사용자 피드백의 반복이 알림의 품질을 지킨다.
MRI의 정량화를 인공지능이 돕는 방법
MRI는 연부조직의 결을 살리고, 같은 장면을 여러 시퀀스로 본다. 인공지능은 시퀀스 간 단서를 정렬해 부피와 확산 같은 지표를 일관된 언어로 만든다. 주관적 인상의 언어가 객관적인 수치로 치환되면 합의가 빨라지고, 환자는 그림과 숫자로 설명을 듣는다. 다만 정량화는 단정이 아니라 재현성을 위한 장치다. 동일환자의 이전 검사와 정합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동일 지표를 반복 산출해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MRI의 강점은 풍부한 정보이지만, 그만큼 기준이 흔들리기 쉽다. 시퀀스 선택과 촬영 조건이 달라지면 같은 병변도 다른 얼굴로 보인다. 인공지능이 하는 일은 정보량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해석 규칙을 고정하는 일이다. 결과 화면에 근거가 함께 붙고, 어떤 시퀀스가 어떤 지표에 기여했는지가 드러나면 설명은 짧아지고 납득 가능성은 커진다.
초음파의 현장성을
인공지능이 표준화하는 방법
초음파는 침상 곁에서 즉시 확인한다. 대신 숙련도 편차가 결과 편차로 이어지기 쉽다. 인공지능이 표준 평면을 자동 인식하고 계측을 안정화하면 검사 리듬이 일정해지고 추적의 일관성이 생긴다. 동일 환자의 추적 지표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재검 사유가 줄고, 의뢰와 회신의 오해도 줄어든다.
응급에서는 빠른 후보 제시가 우선이고 외래에서는 추적 지표의 일관성이 우선이다. 인공지능은 이 우선순위를 분리해 보여주고, 검사자가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흐름을 잡아준다. 다만 초음파는 현장성이 강한 만큼 경고가 과하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알림의 강도와 빈도는 임상 리듬에 맞춰 설계되어야 한다.
유방촬영의 스크리닝 균형을
인공지능이 잡는 방법
유방촬영은 여성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 표준 스크리닝의 축을 맡는다. 반복 판독의 피로가 편차를 만들 수 있고, 이때 인공지능은 후보를 제시해 피로를 나눠 든다. 재검 비율과 놓침률의 균형이 유지되면 환자 불안과 시스템 낭비가 함께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결과 한 번이 아니라 매일의 일관성이다.
장기적으로는 개별 위험에 맞춘 스크리닝 간격 조정이 가능해진다. 과거 이미지 패턴과 위험 요인을 함께 본 알고리즘이 간격을 제안하면 과부하와 과소검사가 동시에 줄고, 같은 자원을 더 필요한 곳에 배분하게 된다. 설명이 구체화되면 순응도가 올라간다. 단순한 재검 통보가 아니라 어느 구역에서 어떤 이유로 재확인이 필요한지가 한 장에 담기면 대화가 짧아지고 불안도 줄어든다.
PET-CT의 대사 변화를
인공지능이 정밀 정합하는 방법
PET-CT는 대사 변화를 조기에 잡아낸다. 인공지능은 대사 패턴과 해부학적 위치를 정확히 정합하고 치료 전후 반응 지표를 자동 계산해 전략을 바꿀지 유지할지를 더 이른 시점에 논의하게 한다. 수치와 슬라이스가 함께 움직이면 의사결정 속도와 납득이 함께 오른다.
반응이 비선형으로 나타나는 치료에서는 해석이 흔들리기 쉽다. 기준이 고정되면 성급한 중단과 늦은 변경을 함께 줄일 수 있다. 다기관 추적에서는 장비와 프로토콜 차이가 결과의 불일치로 번지기 쉬운데, 정규화된 지표와 비교 규칙이 들어가면 환자가 이동해도 대화의 기준이 유지된다.
치과 CBCT와 디지털 병리가 맡는 역할
치과 CBCT(원추형 전산화 단층촬영)는 구강악안면의 미세 구조를 정밀하게 보여준다. 치료 계획에서 위험 구조와 경로를 더 선명하게 세우는 데 유리하고, 설명과 동의의 질을 바꾼다. 작은 거리 차이와 각도 차이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에서 자동 표시와 정합 보조는 계획의 불확실성을 줄인다.
디지털 병리는 세포 단위의 확증을 담당한다. 전장 슬라이드 기반 검색과 계수자동화로 병목현상이 완화되면 의심에서 확증까지 이르는 시간이 줄고, 다학제 의사결정의 리듬이 정돈된다. 품질관리까지 포함해 염색 편차나 스캔 결함 같은 비의학적 변수까지 자동 감지되면 작은 오류가 큰 오류로 번지기 전에 멈출 수 있다.
현장에서 이미 변하는 장면들
현장의 변화는 거창한 선언보다 작고 구체적인 장면에서 시작된다. 촬영 직후 품질 경고가 뜨면 재촬영 판단이 빨라지고, 우선순위가 정리되면 긴급도 높은 건이 먼저 올라간다. 근거 슬라이스와 변화 그래프, 불확실성 표기가 함께 가면 설명이 쉬워지고, 치료와 추적, 생활변경의 결정을 환자와 함께 만들 수 있다. 납득하면 순응이 뒤따른다. 설득의 시간이 관리의 시간으로 바뀐다.
형평성이 높아진다. 지역과 기관의 차이가 줄어들고, 동일 환자의 다른 방문에서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장비와 프로토콜의 불일치가 정규화로 보정되면 결과의 불평등이 완화된다. 표준 숫자의 언어가 자리 잡으면 이동의 자유가 관리의 연속을 깨지 않는다. 학습이 빨라진다. 피드백이 데이터로 남고, 성과가 지표로 환류되면 개선에 속도가 붙는다.
또 하나의 변화는 보고서의 구조다.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후보와 지표가 표준 템플릿으로 들어가면, 기관마다 다른 표현이 줄어든다. 자유서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핵심 항목은 같은 위치에 같은 형식으로 남는다. 영상 뷰어와 PACS 흐름 속에서 근거 슬라이스가 바로 연결되고, 지표는 자동으로 누적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록의 신뢰다.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떤 결정을 했는지가 로그로 남아야 하고, 데이터 접근과 수정 이력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절차가 남으면 책임도 남고, 책임이 남으면 시스템은 오래 간다.
인공지능이 현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화면 설계가 먼저다. 한 번의 클릭으로 근거 슬라이스와 전후 비교가 열리고, 경고는 강도에 따라 계층화되어야 한다. 경미한 의심은 표시로 남기고, 시간 민감도가 높은 의심만 알림으로 올리는 방식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자주 무시하는 알림은 기준을 다시 조정해야 하고, 자주 확인하는 알림은 더 정확한 근거를 붙여야 한다. 피드백이 학습 데이터로 다시 들어가면 모델은 현장과 같은 언어를 배우고, 임상의는 모델의 한계를 예측하게 된다. 이 상호 적응이 반복될 때 성능은 숫자뿐 아니라 운영의 안정으로 확인된다.
예방적 건강관리 형식의 변화
개인의 영상 지표가 시간축으로 쌓인다. X-ray의 그림자 점수, CT의 석회화와 결절 변화율, MRI의 부피와 확산 지표, 초음파의 지방간 지표와 탄성도, 유방촬영의 추적 결과, PET-CT의 대사 반응, 병리의 표지자가 한 줄의 연대기를 이룬다. 표준화된 형식으로 의료 정보와 함께 이동하면 병원과 지역을 넘어 연속성이 생긴다.
위험 스코어가 정기적으로 갱신된다. 정량 지표와 생활 정보가 결합해 개인별 위험 스코어가 업데이트되고, 임계치를 넘으면 생활, 약물, 추적 계획이 자동 제안된다. 권고 옆에는 이유가 붙고, 어느 슬라이스의 어떤 변화 때문인지가 함께 보인다. 설명 가능한 권고는 두려움을 줄이고 실행을 부른다. 가정에서 관리가 시작된다. 스마트폰에는 ‘올해 위험 상승 12%’라는 메시지가 뜨고, 흉부 CT의 미세 석회 증가와 간초음파 지표의 악화가 근거로 따라온다. 다음 주의 식단과 세 달 뒤의 추적 계획이 함께 제안되면 병원 방문의 이유가 달라진다. 병을 찾으러 가던 발걸음이 위험을 줄이러 가는 발걸음으로 바뀐다.
비용의 재배치가 일어난다. 이 흐름은 새로운 비용만을 뜻하지 않는다. 중복과 재촬영, 지연과 오판에서 빠져나온 시간과 비용이 원천이 된다. 절감분이 예방과 교육, 데이터 인프라로 돌아가면 선순환이 굳어진다. 공공의 관점에서도 집단 수준의 위험 지도가 익명화된 형태로 업데이트되면 자원 배분과 스크리닝 정책이 탄력적으로 움직인다.
현실의 문턱과 넘어가는 방법
일반화가 핵심이다. 기관과 장비, 인구가 바뀌어도 성능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외부 검증과 도메인 적응, 시계열 평가가 기본 절차로 들어간다. 한 곳의 성공담이 아니라 여러 곳의 평균이 중요하다. 거짓 양성과 경고 피로를 관리해야 한다. 민감도만 올리면 알림이 넘친다. 덜 울리되 맞게 울리는 설계가 안전도를 높인다. 설명과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보고서 초안과 최종 판단은 구분되어야 하고, 권고에는 근거가 붙으며, 사람의 판단이 최종으로 남는다.
진단을 넘어 예방적 건강관리의 언어
의료 영상 인공지능의 목표는 정답을 대신 말하는 일이 아니다. 단서를 더 일찍 더 일관되게 모아 위험을 앞당겨 관리하게 만드는 일이다. 반복을 덜고 순서를 바로잡고 근거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 결국 현장을 바꾼다. 한 번의 성능보다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불확실한 구간을 숨기지 않고 표시하면 판단의 집중이 살아난다. 인공지능은 시간을 벌어주고, 사람은 그 시간에 더 나은 결정을 한다. 이 조합이 정착될 때, 의료 영상은 진단을 넘어 예방적 건강관리의 언어가 된다.

임재관
차세대 헬스케어를 위해 AI 기반 분석과 고정밀 3D 모델링 기술을 제공하는 엑스큐브의 CEO로 일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센터장(의료),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및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 솔고바이오메디컬 / EO 테크닉스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