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저체중 환자라면
‘섬망’ 발생 가능성 up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

섬망은 정신 능력에 장애가 발생해 의식과 인지기능이 급격히 변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현재 있는 장소나 시간을 모르고,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간단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곤 합니다. 이러한 섬망 증상이 정상체중 고령 환자에 비해 저체중 고령 환자에게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가 밝혀낸 체질량지수(BMI)와 섬망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연구 개요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번 연구는 체질량지수(BMI)와 중환자실(ICU)에서 발생하는 섬망(Delirium) 간의 관계를 밝히고자 진행되었습니다. 저희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5,62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저체중 환자군이 정상체중 환자군보다 섬망 발생 위험이 약 1.5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과체중이나 비만은 섬망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섬망은 고령 입원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급성 뇌기능 장애로, 발생 시 사망률 증가, 입원 기간 연장, 장기적인 인지저하 등 예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동하는 편이며, 상대적으로 발견이 어려운 저활동형(hypoactive) 섬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임상 현장에서 진단을 자주 놓치게 됩니다. 또한 신체 상태가 회복하면서 일단 대부분의 증상은 좋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인지 저하에 대한 위험성을 치료진조차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과소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섬망을 더욱 정확하게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규명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중환자실 환자를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와 섬망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부족했습니다. BMI가 단순하지만 강력한 건강지표라는 점에 주목하여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체중과 섬망 발생과의 관계>

<체중별 사망원인 관계>

앞으로 이 연구가 어떻게 활용되기를 바라시나요?

이번 연구는 저체중이 ICU 섬망의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을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했습니다. 저체중은 결국 영양결핍, 근감소증 등과 연결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면역·대사 기능이 취약해지고, 결국 뇌가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쉽게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 ICU에 저체중 환자가 입실하면 조기 영양지원, 근감소증 관리, 집중 모니터링 등 예방적 개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향후 개발될 섬망 예측 모델에 BMI를 포함하면 섬망 발생 환자를 더욱 정확히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체중·비만일 때 유리한 점>

후속 연구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현재 우리 연구팀은 BMI뿐만 아니라, 빈혈과 같은 다양한 임상 지표가 섬망 발생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추가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섬망이 장기적으로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섬망이 발생한 환자와 발생하지 않은 환자의 구조적·기능적 뇌영상 변화를 1년간 추적 관찰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섬망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비약물적·약물적 개입 방법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섬망의 위험을 줄이고, 환자의 회복과 예후를 개선하는 실질적인 전략과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남은 2025년 계획과 목표도 알려주세요.

2025년이 이제 3분의 2가 지나갔습니다. 특별하고 거창한 계획보다는 늘 그래왔듯이 건강한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면서, 제가 하고 있는 진료, 연구, 교육 등 일상적인 활동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다만,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남은 기간 동안 현재 제가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 ‘섬망 진료 지침’을 충실히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싶습니다. 좋은 가이드라인을 완성해서 내년에는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섬망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표준화된 지침을 제시해보고 싶습니다.

연구 결과는 노인학 국제 학술지 '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