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으로 꿈꾸는
재활치료의 미래
㈜메디스비 대표, 정형외과 임준열 교수
장시간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은 정형외과적 통증 질환과 기능 저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고령인구 증가로 근골격계 질환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로 인해 물리치료사의 신체적 노동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대체할 도수치료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임준열 교수가 차세대 근골격계 재활 로봇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물리치료, 이제는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
관절 가동술은 근골격계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전문의료인의 노동집약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의 수기 도수치료 방식은 한 명의 치료사가 1회 치료하는데 약 30분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 평균 치료 가능한 인원이 10~15명에 불과했다. 특히 주치의가 직접 치료에 참여하는 비율은 3% 미만으로, 환자에 따라 치료 접근성과 질적 편차가 클 수밖에 없었다. 임준열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하고 정확한 관절 가동술을 주치의가 직접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6축 로봇을 활용한 도수치료 로봇을 개발했다.
“어깨관절이 굳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은데, 관절을 푸는 과정에서 제일 좋은 방법이 자가 스트레칭입니다. 하지만 혼자 못 하니까 도수치료를 받게 되는데, 치료를 해주시는 분들이 30분 동안 환자의 팔다리를 붙잡고 계속 움직여야 해서 치료사들도 힘듭니다. 또 치료를 잘하는 분과 숙련되지 않은 분 등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주치의가 환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지만 30분씩 이런 치료를 제공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이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unmet needs라고 생각해서 이 치료 기술을 로봇으로 대체하면 모두를 위한 장점이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준열 교수가 상하지 통합 근골격계 재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핵심기술은 먼저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치료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하며, 환자 상태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메디스비의 재활 로봇은 주치의나 물리치료사가 약 3분간 치료 동작을 설정하면 로봇이 해당 동작을 학습해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이렇게 하면 1회 치료에 의료진이 참여하는 시간이 기존 대비 5분 수준으로 단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다수의 로봇과 함께 치료를 제공할 경우 의료인 한 사람당 하루에 치료 가능한 환자가 90명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 또 환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치의 치료 시행률도 6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어 더욱 정밀하고 일관된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의 치료기기들이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적용 자세가 제한적인 데 비해 메디스비 재활 로봇은 상하지 모두에 적용 가능하며 다양한 운동 동작이 가능하고 적용 자세도 다양해 치료사가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고 상태에 따른 단계적 치료 적용도 가능하다.
근골격계 치료에 대한 다양한 임상 경험이 창업의 밑바탕
많은 환자가 반복적인 재활치료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료진의 시간적 제약과 노동 강도 때문에 치료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임준열 교수는 반복적인 물리치료 업무를 로봇이 자동화함으로써 의료인의 노동 부담은 줄이고, 치료의 접근성과 질은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는 기대로 2024년 7월 메디스비를 창업했다. 정형외과 교수가 대표인 만큼 근골격계 치료에 대한 다양한 임상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에 의료 현장의 현실적인 니즈를 잘 이해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장점을 가진다.
“사실 창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어떤 제품을 개발하거나 연구해 얻어진 것들이 실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사업화 분야에는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상지관절을 위한 운동치료 협동 로봇인 ‘로보암’이었습니다.”
임준열 교수는 수술실에서 보조 역할을 하는 로봇 팔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로보암이라는 아이템을 고안했고, 2022년 연세의료원과 두산로보틱스가 공동 주최하는 ‘Idea Fair’에서 교수진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2023년에는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 신의료기술 우수상을 수상하며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한 바 있다. 올 7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초격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집중 지원하는 ‘딥테크 팁스’에 선정돼 15억 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메디스비는 상하지 통합 재활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Physical AI) 모델을 개발하고, 숙련된 의료 인력처럼 환자마다 다른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이 산업계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활용되는 것이 큰 흐름이어서 국내에서도 협동 로봇을 제작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메디스비는 로봇 팔 자체를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미 개발되어 있는 구동 장착구라는 하드웨어에 우리만의 핵심 기술을 개발해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임준열 교수는 이 과정을 통해 로봇 팔을 의료기기로 변모시켜 의료기관에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 메디스비의 역할이라며, 현재는 의료기기 최종적인 인허가를 위한 양산형 시제품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소비자 만족이 회사 성장의 지름길
21세기는 융복합 소프트웨어와 로봇 의료기기가 주목받는 시대로, 인공지능 헬스케어 분야와 재활 로봇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준열 교수가 메디스비를 창업한 궁극적인 목표도 의료와 로봇 기술을 결합해 환자 맞춤형 재활치료를 지원하는 AI 기반 로봇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재활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메디스비는 내년을 국내시장에서 경험을 쌓는 기회로 삼고, 다음 단계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의료기술과 의료기기의 우수성을 알려나가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삼았다.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있어서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커스터머가 만족하는 것이 회사가 제대로 성장하는 방증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의 본질이 아닐까 싶어요. 기술자적인 마인드가 아니라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준열 교수는 교수의 본분은 연구와 진료, 교육에 힘쓰는 일이며 여기에 더해 창업을 준비하려면 기술 사업화와 사업 조직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자신이 진행하는 연구가 기술 사업화 분야와 연관이 있어서 임상논문을 통해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료 환경에서 실제로 이런 제품들이 필요한지 환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교수 창업의 장점이다. 이를 잘 활용하고 다양한 창업지원육성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스타트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창업이 하나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했고,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좋은 팀을 꾸리면서 더욱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이해와 동의, 격려를 통해 기반을 다져온 만큼 메디스비의 핵심기술을 AI 기반의 완전 자동화 치료시스템으로 발전시켜 환자 맞춤형 로봇 재활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