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환자의 청력 회복,
‘뇌 건강’으로 결과 예측

이비인후과 배성훈 교수

난청은 고령인구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우울증과 치매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인공와우 이식은 고도 난청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령을 이유로 수술을 주저하거나 긍정적인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청력 특성상 환자마다 개인차가 있어 수술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비인후과 배성훈 교수 연구팀은 뇌 건강 상태로 난청 환자의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주목받고 있습니다.

편집실 / 사진 윤선우

먼저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인공와우 이식술은 달팽이관의 청각유모세포가 망가져서 듣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수술입니다. 인공와우의 아주 얇은 전극을 달팽이관 안에 삽입하여 직접적인 전기자극을 신경세포에 줌으로써 청각유모세포가 망가진 상태에서도 들을 수 있게 하는 기술입니다. 수술은 일반적으로 전신마취를 하고 진행되며, 약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수술에 의한 부작용은 일반적인 귀수술과 같거나 적으며 수술 후 1~2일째에 퇴원할 수 있습니다. 수술을 받고 바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6개월 정도에 천천히 듣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또 인공와우 기기 자체는 두피 아래로 삽입되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자석으로 붙이는 방식의 외부장치를 두피에 부착해야 기기가 작동됩니다.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난청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보청기 등으로 난청 교정이 어려운 고도 난청 환자에게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권유하지만 수술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면 고도 난청 환자가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좀 더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소뇌는 전통적으로 운동기능과 균형 유지에 관여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소뇌가 언어 지각과 같은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어 청력과 소뇌의 연관성에 주목했습니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대뇌피질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에 비해 소뇌는 전통적으로 운동기능, 인지기능, 정서 조절, 운동 언어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져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동물 및 인간 연구에서는 소뇌가 의미 인지(semantic perception)와도 관련이 있음을 밝혔지만, 소뇌에 병변이 생겨도 직접적으로 청력이 손상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휴식 상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resting-state fMRI)을 활용한 연구에서는 감각신경성 난청이 있는 경우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대뇌-소뇌 및 소뇌하위 영역 간 연결성이 약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또한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건-관련 기능적 MRI(fMRI) 연구에서 우측 소뇌가 언어 인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이니셔티브(ADNI)에서 발표된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청력 손실을 호소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소뇌의 백질과 회백질 부피가 유의하게 더 작았습니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소뇌와 언어 인지 간의 상관관계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술 전 소뇌의 국소 회백질 부피가 노인에서 인공와우 이식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각 변수 간 상관관계.

빨간색은 비례, 파란색은 반비례 관계를 의미한다. 나이는 수술 결과(Post scores of SIT)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난청기간(DoD)은 나이와 약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난청기간이 길수록 수술 결과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이와 성별이 같은 정상 청력군과 난청 환자군의 소뇌 위축 정도 비교.

상단 뇌 그림에서 빨간색 부위는 난청환자군에서 유의하게 위축이 발생한 소뇌 회백질 영역을 나타낸다. 하단 그림은 난청 환자(좌, 파란색)와 정상 청력군(우, 빨간색) 개개인의 ‘소뇌 회백질 영역’ 내 평균 회백질 두께를 시각화한 바이올린 그래프이다. 난청 환자의 평균 회백질 두께가 정상 청력군에 비해 유의하게 작음(아래로 더 길쭉한 바이올린 형태)을 알 수 있다.

연구 진행 과정도 알려주세요.

연구팀은 70세 이상의 인공와우 이식 환자 52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뇌 MRI와 수술의 청력 결과를 분석하였고, 정상 청력인의 뇌 MRI와도 비교해 보았습니다. 소뇌에서 언어기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Crus I’ 영역의 회백질 부피를 정밀 측정했으며, 이후 단음절·이음절 단어, 문장 인식을 테스트해 Crus I 회백질 부피와 청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소뇌 Crus I 부위의 회백질이 줄고 위축된 환자일수록 수술 후 언어 인식 능력이 낮은 경향을 보였으며 나이는 인공와우 이식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특히 기존에 수술 결과 예측에 중요하게 여겼던 난청 지속기간(Duration of Deafness, DoD)보다 소뇌의 위축 정도가 수술 예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연구가 어떻게 활용되기를 바라시나요?

이번 연구로 인공와우 이식수술의 성공 여부가 단순히 난청 지속기간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수술 전 뇌 MRI를 통해 소뇌 Crus I의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에 연구의 의의가 있습니다. 나이는 인공와우 수술의 결과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으므로 고령 환자도 안심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인공와우 이식수술 성공 가능성을 미리 평가할 수 있으므로 환자 선별과 수술 결과 예측에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관련 후속 연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후속 연구로는 인공와우 이식수술 전에 보청기를 쓰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청각과 관련 있는 소뇌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뇌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청각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술 전에 보청기를 쓰신 분들이 더 예후가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