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로봇 활용한
척추 수술 후 단계별
보행 재활치료 기준 마련

재활의학과 박중현 교수

척추 수술을 받은 다수 환자가 수술 부위 통증과 경직, 근력 저하에 따른 활동 능력 감소를 호소합니다. 환자들이 빠르게 회복하고 정상 생활로 복귀하는 과정에 재활 운동 치료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재활의학과 박중현 교수는 최근 로봇을 활용한 재활치료가 증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치료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을 개선하고자 로봇 보조 보행훈련(RAGT: Robot assisted gait training) 효과를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로봇의 도움을 받아 보행 재활 훈련을 받은 환자들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평균 38.6% 증가하는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편집실 / 사진 윤선우

이번 연구의 개요를 설명해주세요.

이번 연구에서는 척추 수술 직후 조기 RAGT의 표준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척추 수술 환자에게 로봇 재활치료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단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각 병원이나 치료사에 따라 치료 방식이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실적인 한계를 개선하고자, 로봇 보행훈련을 수술 직후 약 2주 내에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단계별 훈련 프로토콜을 개발했습니다. 이 프로토콜은 보행 이전에 필요한 준비 동작, 예를 들어 앉았다 일어나기, 체중 이동, 균형 잡기 등 다양한 훈련을 포함해 환자들의 기능 수준에 맞춰 점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척추 수술 환자 32명과 물리치료사 5명이 참여해 평균 5회에 걸쳐 로봇 보행훈련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환자들의 보행 기능과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되었고, 치료 전과 비교해 넘어짐에 대한 두려움도 현저히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적용 가능성이 입증되었다는 데 임상적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단기적인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 재활 전략으로서 로봇 재활의 표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치료를 담당하는 물리치료사의 관점에서도 만족도와 안전성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임상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로봇을 이용한 보행훈련은 2022년 2월, 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루어졌는데, 수가는 35,000원 선, 적응증은 뇌병변만 적용하도록 허가가 나서 국내 로봇 회사들 입장에서는 악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로봇 가격은 수억 원대인데, 재활로봇은 인력을 대신하는 개념이 아니라 치료사가 치료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장비료와 인건비를 수가로 감당할 수 없는 구조로 결정된 것입니다. 이에 2022년 가을, 엔젤로보틱스라는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신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나동욱 교수님으로부터 보행재활로봇의 적응증을 확장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로봇산업진흥원에서 ‘사회적약자 편익지원사업’이라는 과제에 ‘웨어러블 보행재활로봇을 활용한 근골격 대수술 고령자 대상 조기회복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주제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엔젤로보틱스의 ‘엔젤렉스 M20’라는 웨어러블 로봇을 도입하게 되었고 이번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a) 보행 보조 훈련 로봇 전면. (b) 보행 보조 훈련 로봇 후면. (c) 로봇을 활용해 보행 보조 훈련중인 환자 후면. (d) 측면 요추 방사선 사진. (e) 척추 보조기를 착용하고 보행 보조 로봇 훈련을 받는 환자 모습.

연구 진행 과정도 알려주세요.

재활의학팀은 서기, 균형 잡기, 평지 보행, 계단 오르내리기 등 여러 동작이 포함된 30분짜리 RAGT 프로토콜을 만들었고, 2023년 6~12월까지 본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 32명과 물리치료사 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훈련 종료 후 기능적 보행지수(FAC)와 수정바델지수(MBI) 보행 범주, 환자와 물리치료사 만족도 등을 평가했습니다. FAC는 환자 보행 능력을 평가·분류하는 기준이며 MBI는 RAGT를 받고 난 이후 목욕하기, 식사하기, 옷 입기, 대소변 조절하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이 얼마나 수월해졌는지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FAC는 훈련 전 2.65±1.21점에서 훈련 후 3.78±0.71점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했고, MBI는 더욱 획기적으로 개선된 양상을 보였습니다. 훈련 돌입 전 MBI는 7.69±2.71점이었으나 재활 종료 후엔 10.66±2.90으로 평균 38.6% 상승했습니다. 또 RAGT 과정에서 낙상에 대한 공포감이 줄어들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앞으로 이 연구가 어떻게 활용되기를 바라시나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프로토콜이니 다른 병원에서 표준화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특정 병원에서 시행한 RAGT 치료 진행 과정을 기록해 병원을 옮기거나 가정으로 돌아가더라도 기존 치료와 연결되는 치료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계획하고 계신 후속 연구도 소개해주세요.

이번 연구에 활용된 병원 훈련용 보행로봇은 부피와 중량이 크다 보니, 경증의 환자들에게는 착용과 사용에 불편함이 있습니다. 최근 여러 회사에서 출시되고 있는 경량형·아웃도어용 웨어러블 보행재활로봇을 이용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2024년 로봇산업진흥원의 ‘규제혁신 로봇 실증사업’에서 ‘경증 보행질환 환자의 기능 회복을 위한 맞춤형 웨어러블 로봇슈트 기반 보행 재활 서비스 실증’이라는 주제로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제품 개발을 완료해 올해 출시 예정입니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뿐 아니라, 야외에서 보행이 불편한 환자나 노인들의 재활보행로봇 활용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25년 계획과 목표도 알려주세요.

로봇재활 연구 외에도 AI를 이용한 자세분석 시스템과 가정용 재활운동 프로그램의 의료기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좁은 범위에서 벗어나 더 많은 분이 재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논문은 SCIE 학술지 <Frontiers in Medicine> 최신호에 ‘척추 수술 후 로봇 보조 보행 재활 훈련 프로토콜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