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수술로 요로 재건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비뇨의학과 이광석 교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다.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하지만, 체내 노폐물을 잘 배출하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최근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비뇨의학과 이광석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로봇수술을 통한 요로 재건술 연구에 집중해온 만큼 노인인구의 신장 투석 가능성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일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글 편집실 / 사진 윤선우
점차 중요해지는 요로 재건 분야의
선제적 역할
이광석 교수는 국내에서 요로 재건이라는 분야로 해외 연수를 나가게 된 1호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요로 재건은 아직 활발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돼 여러 학회에서 우수한 논문들이 발표되는 것을 보면서 이 분야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제가 담당하는 진료 분야가 배뇨장애, 요로결석, 이식, 요로 재건 등 크게 네 가지입니다. 그중에서 요로 재건은 아직 생소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제일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새 병원이 건립돼 규모가 더욱 확장되면 요로 재건 분야도 함께 커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요로 재건술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소변이 지나는 길인 요로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노폐물을 포함해 각종 유해물질을 배설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요로계는 신장 두 개, 일시적으로 요를 저장하는 방광, 요를 운반하는 요관 두 개, 체외로 요를 배출하는 요도로 구성돼 있으며, 협착이나 수술 후 합병증 등으로 요로 관련 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선천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결석이나 감염으로 인해 요도가 좁아지는 협착 현상이 나타납니다.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생활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신장 투석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요관을 통해 신장 기능을 보완해서 사는 동안 투석은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려는 것이 요로 재건술의 취지입니다. 이 밖에도 전립선암 수술 이후 요실금이 생기거나, 방사선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도록 도와드릴 수 있어 앞으로 비뇨의학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요로 재건술도 로봇수술로
이광석 교수가 미국 연수에서 얻은 성과는 요로 재건술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과 더불어 환자를 위한 최적의 방식으로 로봇수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차별화된 시스템이자 치료 방법이 로봇수술인 점에 기인한다.
“요도협착을 치료할 때는 더는 좁아지지 않게 하고 넓힐 목적으로 요관 부목이라 불리는 스텐트를 넣고 3~6개월마다 교체해요. 그런데 이 스텐트를 빼면 다시 좁아지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치료가 안 됩니다. 또 스텐트를 삽입하면 이물감을 느껴 소변볼 때 불편감을 호소하시는 분이 많아요. 너무 불편해서 잠도 못 잔다는 분들에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로봇수술 경험이 풍부하고, 우수성을 인정받는 만큼 환자를 위해 현명한 치료를 하고 싶어 로봇수술을 통한 요로 재건술을 도입해서 현재 세팅 중입니다.”
환자를 위해 필요한 수술이지만 요로 재건 분야는 아직 환자들에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광석 교수는 환자들을 설득하는 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수술을 계획하는 환자들의 연령대가 20대에서부터 많으면 70, 80대까지 광범위합니다. 그들에게 요로재건술을 권유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 특히 고령 환자들에게 권할지, 또 기존 치료법과 무엇이 다른지를 알리고 환자들에게 어떤 선택지를 주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는 팀들이 있습니다. 이 팀들과 협업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요로 재건이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어 왜 수술을 해야 하고,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이광석 교수는 신장 기능 보존은 물론 제대로 수술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여러가지 합병증, 감염, 결석의 가능성이 동반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으니 이를 확실히 끊어주는 역할이 요로 재건술의 목적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재활, 단순 치료를 넘어
삶의 질에 대한
고민으로 바라보기
재활의학과 조한얼 교수
‘호흡재활’ 하면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라는 공식이 통할 만큼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경근육질환 환자들에게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처음으로 도입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경험은 이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위상을 증명한다. 호흡재활 분야에 뛰어든 조한얼 교수는 과거에는 ‘어떻게든 삶을 연장하는 것’이 치료 목표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중요해지는 시대라고 말한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삶의 방향을 바꿔주는 가치 있는 일
조한얼 교수가 담당하는 진료 분야는 호흡재활로, 일상 속에서 숨 쉬는 일과 직결된 근육병이나 루게릭병 등 신경근육질환 환자들을 치료한다. 제한성 폐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폐 자체는 정상이지만, 숨을 쉬는 데 필요한 근육이 약해져 자발적인 호흡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인공호흡기를 적절하게 적용해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또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폐암, 간질성 폐질환 환자의 진료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COPD, 폐암 등 만성 폐질환 환자들은 숨찬 증상으로 인해 활동량이 줄면서 근육이 소실되고 유산소 능력도 약해지기 쉽습니다. 운동을 통한 호흡재활은 환자들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근육병이나 ALS 환자들과 같이 호흡근 자체의 약화로 자발적인 호흡이 어려운 환자들의 경우 적절한 이동형 인공호흡기를 사용을 통한 호흡재활이 수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구요. 호흡재활을 통해 환자들의 숨을 편안하게 해주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둡니다.”
조한얼 교수가 호흡재활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강성웅 교수의 영향이 컸다. 숨 하나에 삶이 달라지고, 그걸 도와주는 일이 누군가에겐 삶의 방향을 바꿔주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분이 강성웅 교수였다. 조한얼 교수가 호흡재활에 집중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환자가 인지기능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재활의학과는 기본적으로 ‘움직임’을 보는 의학입니다. 환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안에 숨은 문제를 찾아내 다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환자와 소통하며 치료하는 일이 좋은데, 호흡재활 환자들은 인지능력이 있기 때문에 치료 원리를 설명하고 그걸 이해한 뒤 함께 계획을 세워나가는 과정들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호흡재활이라는 분야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지금도 환자 한 분 한 분과 호흡을 맞추며 진료를 이어가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재활치료의 대상도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 조한얼 교수는 기존의 호흡재활 영역을 넘어 수술 후 회복기 환자를 비롯해 근감소증, 여림(Frailty)이 있는 환자들에 대한 재활치료, 심장재활 분야로 관심을 넓히는 중이다.
“겉보기에 호흡재활과는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 모두 신체기능 저하와 전신 컨디션의 쇠약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는 문제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에서는 80대 후반이나 90대 중반의 어르신들이 수술을 받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고령 환자가 수술 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수술 전 재활(Prehabilitation)’ 개념을 적극 활용하고, 수술 직후에도 중환자실에서부터 운동을 병행하며 빠른 회복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형태의 재활이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재활은 장애가 생긴 후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때로는 수술전이나 노화처럼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개입해야한다는 것이 조한얼 교수의 생각이다. 재활을 장애를 치료하는 4차 의료로서만 작동하기보다 치료 전반과 삶이 함께 가야 하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여러 수술을 담당하는 교수들과 협업해 수술 전 사전 평가, 조기 재활 프로토콜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선배 연구자들과 임상가들이 다양한 호흡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 기준을 정립해 주신 덕분에, 이제는 그 틀 위에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호흡재활 전략을 더 깊이 고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생존 자체가 치료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환자가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앞으로는 숨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넘어, 일상 속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이 더 의미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