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응급실 신호등의,
중요성

응급의학과 최주환 교수

우리나라는 응급실 문턱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다. 큰 병원에서 진료를 봐야 한다는 인식이 높다 보니 경증환자임에도 대형 병원 응급실부터 먼저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 최주환 교수는 응급실 상황을 신호등에 비유하며, 환자에 따라 빨간불-노란불-파란불이 체계적으로 잘 작동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가 응급의료체계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다.

편집실 / 사진 윤선우

응급의학 전문의는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 관건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한 환자들이 모여 급박한 전개가 연출된다. 하지만 정작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에게 이런 드라마틱한 상황은 일상이라 오히려 덤덤한 분위기다. 워낙 많은 변수에 대응해야 하기에 스트레스 역치가 높아져 있는 까닭이다.

“얼마 전 환자와 보호자가 응급실로 걸어 들어오신 적이 있습니다. 보통은 119에 신고해 구급차를 타고 오는데, 보호자가 보기에 환자가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이니까 응급실로 모시고 왔어요. 그러던 중에 심정지가 발생했어요.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로 다행히 다시 살아나셨는데, 이처럼 심정지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병원으로 걸어 들어온 경우는 보기 드문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다섯번 정도 겪고 보니 드라마틱하다는 생각보다는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안도하게 되죠.”

대학병원은 다른 기관에서 진단을 받고 소견서를 들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응급실은 갑자기 아파서 오는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증상을 보고 이에 맞게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많다. 최주환 교수는 이 과정이 마치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하는 느낌이어서 흥미로워 응급의학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증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후속 치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연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환자를 어느 과에 입원을 시켜야 할지, 퇴원을 해도 될지 등 환자를 분류하는 일이 중요하며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응급의학 의사라고 생각해요.”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끔 빨리 정리를 하고, 주치의 교수들에게 인계하기 전까지 당장의 위급한 상황을 막아주는 역할이어서 자신보다는 이후 치료를 담당하는 각 임상과 교수들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더 많은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더 많은 환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응급의료체계 연구

응급의학 전문의 5년 차에 접어든 최주환 교수는 진료 이외에도 응급의료체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응급환자 발생 시 119에 신고하고, 119 구급대가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런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으면 더 많은 사람이 응급진료의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이를 위해 최주환 교수는 어떻게 하면 환자 이송을 더 잘할 수 있는지, 구급대원들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더 잘해야 생존율이 올라가든지 등 응급의료체계 전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활용해 응급환자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분야에 연구원으로 참여해 공부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응급실이니까 한두 시간 이내에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줘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외래진료를 보고 처방을 받아 검사하고, 다음 외래 때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한두 달이 걸리는데, ‘응급실인데 왜 빨리 안해주냐’고 불평하시는 분도 많아요. 응급실은 ‘응급한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춰 진료하고 실제로 응급을 요하는 환자들이 몰리는 곳이니만큼 상대적으로 경증인 경우는 오히려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간혹 피부에 뭐가 나서 응급실을 찾아오는 환자도 있고, 배가 아파서 왔는데 검사 결과상 큰 이상이 없어서 당장 응급한 건 아닌 것 같으니 경과를 보자는 말에 자신이 아픈 이유를 꼭 알아내야겠다고 고집부리는 환자도 더러 있다. 이런 분들에게 최주환 교수는 응급실에 대한 기대치를 좀 낮춰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한다.

“응급실은 신호등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빨간불이 들어온 위급한 환자도 계시고, 그냥 가셔도 되는 파란불 환자도 계시고, 또 상황에 따라 직진을 하거나 좌회전, 우회전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신호등 체계를 잘 이해하고 따라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며
중요성이 더해지는
망막 건강

안과 최은영 교수

망막은 눈에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우리 몸에서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감각 기관 중 하나이다. 뇌의 30% 이상이 망막으로부터 전달되는 시각 정보를 처리할 정도로, 시각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감각이다. 100세 시대, 건강한 시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안과 최은영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는 강남 지역 안과는 물론 전국적으로 고난도 질환 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5개의 세부 파트로 나뉘어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최은영 교수는 망막 질환의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은영 교수가 안과를 선택한 이유는 정교한 안과 수술에 흥미를 느껴졌기 때문이다. 현미경을 통해 눈 안을 들여다보며 진행하는 미세한 수술에 매력을 느꼈다.

“망막 분야는 진단 및 치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유전자 치료와 인공망막 등 미래에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망막과 연관된 전신질환

망막은 전신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관이다. 망막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가장 흔한 질환은 당뇨망막병증이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로 인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당뇨병 합병증 중 비교적 초기에 나타나는 편이다. 다음으로 흔히 발생하는 망막정맥폐쇄는 망막의 정맥이 폐쇄되면서 혈류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고혈압 및 고지혈증과 깊은 연관이 있다.

당뇨망막병증과 망막정맥폐쇄는 모두 망막에 출혈과 부종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망막 조직이 손상되어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시기에 안구 내 주사나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시력을 보호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따라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들은 내과적인 치료를 철저히 받는 것과 동시에,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눈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망막 연구

최은영 교수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AI 딥러닝 신경망 모델이다. 다양한 망막 이미지를 활용하여 망막 질환의 발생 가능성과 치료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초거대 AI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특정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용 AI 모델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적용하여, 안과 질환을 더욱 정확하고 안전하게 치료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망막질환

‘눈앞에 날파리가 날아다닌다’, ‘실이 떠다니는 것 같다’고 호소하는 비문증도 노화와 관련된 증상이다. 비문증은 형광등 아래에서 흰 벽을 집중해서 보거나 맑은 날 하늘을 바라볼 때 증상이 뚜렷해지는 경향이 있다.

“비문증은 갑자기 심해진 것이 아니면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에 점이 생기듯 유리체에 자연스럽게 무늬가 생기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망막이 찢어지거나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망막박리로 진행하는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있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망막박리는 증상이 나타난 후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해야 하는 응급 질환이다.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법 중 하나는 실리콘 밴드나 스펀지를 이용해 눈의 둘레를 조여주는 방법이다. 이는 찢어진 망막 부위를 눈 외부에서 눌러주어 박리된 망막을 붙이는 방식이다. 또한 유리체 절제술도 흔히 시행되는 수술법이다. 유리체를 제거하고 떨어진 망막 아래에 고인 액체를 빼낸 후, 가스나 실리콘 오일을 주입하여 망막을 유착시키는 방법이다. “유리체절제술 후에는 회복을 위해 일주일 동안 엎드린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허리 건강이 좋지 않거나 심장 질환이 있는 경우, 회복 과정을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내장 수술을 위해 삽입한 인공수정체가 정상 위치에서 벗어난 인공수정체 탈구 역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인공수정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시력 저하가 심하여 불편감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노안 교정을 위해 50~60대에 백내장 수술을 일찍 받는 분이 많은데,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공수정체 탈구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인공수정체 탈구는 탈구된 인공수정체를 제거한 후 새로운 인공수정체를 삽입하여 치료한다. 인공수정체 탈구 수술은 백내장 수술보다 더 복잡하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술 후 시력 회복 기간이 2~3주 이상 소요된다. 또한 합병증 위험이 있으므로 환자의 눈 상태에 맞는 수술법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