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살리고 돕는 의료기관의
소명을 위한 노력
{ 신경외과 유지환 교수 / 성형외과 윤인식 교수 }
과거 의료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는 해외 선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1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해 경제적인 문제와 의료 수준의 한계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09년부터
‘해외환자 초청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카자흐스탄, 몽골, 요르단 등 총 14개국 환자 35명을 초청해 치료하며
사람을 살리고 돕는 의료기관으로서 소명을 다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윤선우
우리 몸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갑상선 제대로 바라보기
{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호진 교수 }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갑상선암 발생자는 35,303명으로 암종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상선암은 수술을 하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우려와 특히 흉터에 대한 부담으로
수술을 결정하기가 녹록지 않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호진 교수는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하는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을 시행해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11세 미얀마 어린이에게 밝은 미소를 선물
미얀마 어린이 이딴단초(EI THANDAR CHO)는 선천성 뇌수막류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뇌수막류는 두개골 일부가 열려 그 틈으로 뇌 조직이나 수막 일부가 튀어나오는 기형이다. 혈액순환이나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겨 장애가 발생하기도 하며 다른 두개골이나 안면기형, 뇌기형 등을 동반한다.
증상에 따라 수두증이나 경직성 뇌성마비, 소두증, 운동실조증, 발달지체, 시각장애, 지적장애, 간질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신속한 치료가 급선무였지만 부족한 의료 환경과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이딴다초를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해외환자 초청치료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돼 한국에 온 이딴다초를 검사한 결과, 뇌를 싸고 있는 수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얼굴뼈에 결손이 있어 안면부까지 뇌척수 액이 새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랜 시간 동안 물풍선처럼 늘어난 뇌척수액이 얼굴을 감싸면서 눈이 옆으로 돌아가고 코뼈가 휘어진 상태여서 성형외과와 신경외과의 협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성형외과 윤인식 교수와 신경외과 유지환 교수를 주축으로 협진 계획을 세우고 수술 계획을 수립했다. 신경외과에서는 새는 뇌척수액 부위를 막고, 성형외과에서 뇌수막류를 제거하고 양쪽 눈의 내안각을 좁혀주며 휘어진 코뼈를 복원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2주간 지켜보고 경과가 좋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딴다초는 밝은 미소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최적의 치료를 위한 최상의 컬래버
안면부 기형이 심각했던 이딴다초가 밝은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성형외과 수술로 포문을 열었고 신경외과의 마무리를 거친 협진의 힘이 컸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여러 과 의료진이 서로 소통하고 협의하는 가운데 다학제 진료를 펼치고 있으며 타 기관보다 긴밀한 협진 체계를 구축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사례에서는 성형외과와 신경외과 의료진의 ‘환상적인 컬래버’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수술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성형외과 윤인식 교수는 이딴다초의 입원부터 퇴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케어했던 만큼 치료 경과가 좋아 다행스럽고 기쁜 마음이다.
“신생아 시기에는 두개골과 얼굴뼈 사이에 조그만 틈들이 열려 있어서 어느 정도 공간이 있습니다. 이때 뇌를 싸고 있는 수막이 흘러나오게 되는데, 뇌수막이 밖으로 삐져나오니까 물주머니처럼 뇌척수액이 얼굴을 누르게 된 거죠. 성장하면서 뼈와 뼈 사이가 완전히 막혀야 하는데, 초기에 일부 틈새가 생기면 물이 흐르게 되면서 점차적으로 커지게 됩니다. 이딴다초의 경우, 11살이 될 때까지 물주머니가 커지고 있었는데 치료를 받지 못해 큰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번 수술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성형외과,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의료진이 모여 최적의 치료를 위해 논의했다. 그 결과 직접적인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얼굴 형태도 정상적으로 회복해주려면 성형외과 수술이 메인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랜 기간 삐져나온 뇌수막류로 인해 얼굴뼈와 눈 사이 뼈가 늘어나고 벌어져 변형된 상태여서 두개골을 열거나 콧구멍 안쪽으로 뇌수막류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얼굴에 생긴 변형을 고칠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직접 얼굴을 절개해서 물풍선처럼 늘어져 있는 뇌수막류를 제거하고, 벌어진 눈 사이도 교정해주고 눈 위치를 가운데로 모아지도록 했습니다. 또 풍선처럼 부푼 피부를 적절하게 제거해 코 모양을 만들어줌으로써 정상적인 얼굴 형태로 돌아오게끔 했습니다.”
뇌수막류를 치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얼굴 형태를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데 주안점을 둔 의료진의 협진 덕분에 수술 후 이딴다초는 밝은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의료 환경이 취약한 나라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는 윤인식 교수는 한창 뛰어놀고 밝게 자라야 하는 시기에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놀림도 많이 받았을 거라는 생각에 가능하면 꼭 도와주고 싶었고,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스럽다 말한다.
“이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신경외과 여러 교수님과 수차례 수술 방법에 대해 논의했고, 최적의 방법을 찾은 끝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신경외과에서 뇌수막류를 잡아 꿰매는 것까지는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되다보니 뼈가 녹아내린 상태였고 이런 부분은 재건이 필요하므로 성형외과와의 협진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신경외과 유지환 교수는 뇌종양 수술을 주로 하다 보니 이딴다초와 같은 소아 환자를 담당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아이가 완치되어 앞으로 더 좋아질 날을 기대할 수 있어 기뻤다며,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의사로서 보람이 큰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아준 의료기관의 소명
선천성 기형으로 고통받던 이딴다초에게 새 희망을 선사한 것이 강남세브란스병원 해외환자 초청치료 프로그램이다. 수술비 전액은 병원과 치료비 후원 협약을 맺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지원했다. 이딴다초와 같은 소아 환자는 수술 후에도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는 일도 중요해 한국에 있으면 더해줄 수 있는 게 많은데 그게 여의치 않아 아쉽다는 것이 윤인식 교수의 솔직한 마음이다.
“해외환자를 대할 때마다 이런 부분이 아쉽기는 합니다. 지금은 많은 의료기관이 있고, 의료 접근성이 좋은 편이지만 우리도 과거에는 도움을 받는 나라였잖아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해외환자들이 오랜 기간 치료를 못 받고 있다가 뒤늦게라도 이렇게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스러운 마음이고, 특히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치료일 때 더 보람이 큽니다.”
윤인식 교수는 우리가 뭔가를 베풀기 위해 해외환자를 초청하고 해외 의료봉사를 나가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신경외과 유지환 교수는 이러한 지원사업을 통해 환자에게 지속가능한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얀마 등 의료 접근성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성형외과,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두루 다 만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봅니다. 세브란스의 선교적인 사명으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해외환자들을 위해 의료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야말로 돈을 가장 기분 좋게 쓰는 방법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