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망막질환의 원인
유전자 진단율 획기적으로 높인
진단법 개발 연구

유전성 망막질환은 망막세포 혹은 신경을 전달하는 세포에 유전자 이상이 발생해 시력이 점차 떨어지다가 결국은 실명에 이르는 희귀질환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한진우 교수 연구팀(안과 설동헌,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승태, 원동주)이 유전성 망막질환의 원인 유전자 진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진단법을 발표했습니다.

편집실 / 사진 윤선우

유전성 망막질환은 어떤 질환인가요?

망막은 눈에서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으로, 고도로 발달된 신경조직이며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전성 망막질환은 망막세포 혹은 신경을 전달하는 세포에 유전자 이상이 발생해 시력이 점차 떨어지다가 결국은 실명에 이르는 희귀질환입니다. 일반적으로 소아에서 발견되지만 성인이 되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릴 때 시력이 좋지 않다가 성인이 되어서 발현되는 경우는 서서히 시력을 잃거나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유전성 망막질환은 망막색소변성증이 대표적이며 황반이상증, 원뿔세포 이상증, 스타가르트병 등 20여 종 이상이 보고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에서 원인 유전자 진단은 매우 중요합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에 따라 약제 등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인 유전자가 너무 다양하다보니 진단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2015년부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적용해 소아에서 원인 유전자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환자 중 약 60%는 원인 유전자 변이를 발견할 수 있지만 40%는 원인도 모른 채 시력을 잃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원인이라도 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구 과정이 궁금합니다.

유전성 망막질환으로 내원한 환자 264명을 대상으로 엑솜염기서열을 재분석했습니다. 최초 분석에서는 환자 264명 중 166명(62.9%)에게서 원인 유전자가 규명되었으나, 환자를 담당한 안과 임상의가 엑솜 염기서열 분석의 전 과정에 참여해 재분석을 실시한 결과, 22명(8.3%)에게서 추가로 원인 유전자를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의사는 환자만 보고, 유전체 분석은 다른 과에서 하다 보니 환자의 특징적인 증상을 공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담당 안과 임상의가 직접 유전체 분석 과정에 참여하면서 진단율이 높아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한 방법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요?

임상의가 재분석 과정에서 환자의 증상과 소견, 새로운 유전자 변이의 보고를 기반으로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해 추가 진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구조적 변이, 미토콘드리아 변이 등 일반적인 엑솜 염기서열 분석으로 확인이 어려운 변이가 의심되는 경우, 맞춤형 분석(focused approach)을 진행하여 원인 유전자를 추가로 규명해낼 수 있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주 가까운 시일 내는 아니더라도 치료제가 하나둘 나오고 있고, 질환의 진행을 막는 유전자 치료제나 줄기세포 치료제, 또는 기능을 잃은 시세포 대신 다른 세포가 시세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치료법 등이 다각도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 다양한 임상검사를 비롯해 여러 병원을 전전해야만 하는 희귀질환자와 보호자들이 조금이나마 수고를 덜고 치료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후속 연구에도 매진하겠습니다.

*이번 연구는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에서 임상의 주도 엑솜 재분석의 유용성(Clinician-Driven Reanalysis of Exome Sequencing Data From Patients With Inherited Retinal Diseases)'이라는 제목으로 JAMA Network Open 저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