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갑상선 제대로 바라보기
{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호진 교수 }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갑상선암 발생자는 35,303명으로 암종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상선암은 수술을 하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우려와 특히 흉터에 대한 부담으로
수술을 결정하기가 녹록지 않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호진 교수는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하는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을 시행해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우리 몸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갑상선 제대로 바라보기
{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호진 교수 }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갑상선암 발생자는 35,303명으로 암종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상선암은 수술을 하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우려와 특히 흉터에 대한 부담으로
수술을 결정하기가 녹록지 않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장호진 교수는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하는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을 시행해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흉터는 최소화, 수술 후 회복은 빠르게
장호진 교수는 국내에서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Minimally Invasive Thyroidectomy)을 가장 많이 집도한 갑상선암 권위자다. 연간 1,000회 수술 중 약 95% 이상을 최소 침습갑상선절제술로 진행하는데, 이 수술법은 흉터 부담은 최소화하고, 수술 시간을 줄여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갑상선암 수술은 목 앞쪽 정중앙에 약 6cm 정도의 절개선을 넣는 방식이어서 비후선 반흔이 남는다. 또 켈로이드 체질의 경우 흉터가 두꺼워져서 환자들이 수술 후 목 상처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후 로봇이나 내시경으로 수술해 상처를 감추는 방식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이 또한 목에 터널을 뚫고 갑상선까지 접근하면서 피부감각이 무뎌지거나 수술 후 광범위한 유착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장호진 교수는 이 같은 수술 후유증을 개선하기 위해 목 중앙이 아닌 측면에 3cm 정도의 작은 절개선을 넣고 수술하는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을 개발했다.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을 개발한 초창기에는 절개선만 작게 하고 목근육을 자른 뒤 갑상선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상처 부위 유착이나 근육 위축 등 다른 단점이 발생하는 것을 보완해 지금처럼 목근육을 자르지 않고, 목근육 사이로 접근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장호진 교수가 꼽는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의 차별화된 특징은 목 중앙이 아닌 측면에 작게 절개하기 때문에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술 시간과 회복 기간이 짧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한쪽 갑상선을 절제하는 반절제의 경우에는 수술 시간이 30분 내외이며, 배액관이 필요 없어 수술 다음 날에 퇴원할 수 있다. 갑상선 이외의 정상 조직, 즉 피부, 피하지방, 근육층의 침습 범위가 작아 정상 조직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고 우리 몸이 외부에서 받는 충격 범위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갑상선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는 사명감
갑상선은 나비 모양의 대칭 기관이다 보니 한쪽만 절개해 수술하면 반대쪽은 절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장호진 교수는 최소 침습 절제술은 한쪽만 절개해도 반대쪽 갑상선까지 제거하는 전절제가 가능한 것이 특장점이라 말한다. 또 측경부 임파절 전이가 된 경우에도 전통 절개법이 아닌 최소 침습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통상 전통 절개법인 임파절 곽청술은 약 10cm 정도의 긴 절개선을 넣는 반면, 최소 침습 절제술은 측경부에 국한해 약 5~6cm만 절개선을 넣게 된다.
대부분의 암 수술 환자들은 수술 합병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갑상선암의 경우 수술 후 출혈, 성대 신경 마비로 인한 목소리 변화, 부갑상선 기능 저하에 의한 저칼슘혈증(손발 저림)이 나타나거나, 기도·식도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은 1% 내외이며,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 또한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최소 침습 절제술은 세브란스에서만 시행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통 절개법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갑상선내분비외과의 최고 권위자인 박정수 교수가 개발하고 그로부터 사사받은 장호진 교수가 현재 방식으로 계승, 발전시켰다.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은 수술 기법이 굉장히 낯설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여야 시도할 수 있다. 다른 기관에서는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현재까지 갑상선암에 대해 여러 수술법이 개발되고 발전단계에 있지만, 최소 침습 갑상선절제술은 새롭고 획기적인 방법임에 틀림없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수술 방법을 선택할 때 좀 더 여유가 생겼다는 장점이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발전시킨 이 방법이 세계적으로도 통용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갑상선암, 'Never Give Up'
갑상선암이 생기면 목에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작은 혹이 만져지거나 쉰 소리가 나며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암이 많이 진행됐을 때 나타나며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갑상선암은 병이 천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완치율이 가장 높지만, 완치를 위해서는 암이 있는지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기조는 ‘조기 진단, 조기 치료’입니다. 갑상선암 진행을 간과하다가 전이된 뒤에 찾아오시는 분도 있는데, 진행 속도가 느리다 보니 전이나 재발이 가능한 기간도 길다는 점을 잘 인지하셔야 합니다. 또 가족력이 없거나 유전자변이가 없는 환자들에서는 능동적 감시를 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좀 더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현재의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간 ‘과잉진단 논란’, ‘착한 암’, ‘능동적 감시’ 등 유독 갑상선암과 관련해서 이슈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다양한 매체가 범람하면서 잘못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갑상선암을 제대로 알릴 창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장호진 교수가 형인 장항석 교수와 의기투합해 유튜브 채널 <갑상선 브로스>를 열게 된 이유다.
갑상선암은 빨리 발견해 치료가 된다면 안심하고 지내도 되지만, 방치한 채 시간이 지나면 점차 공격적인 암으로 돌변한다. 조기 발견해서 조기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만약 손쓰지 못할 정도로 진행됐다 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의 모토다.
“Never Give Up!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환자와 의료진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치료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