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 속 고령분만의 시대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길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고령 산모가 늘어 고위험 임산부와 임신합병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대한산부인과학회지’의 보고에 따르면 첫아이를 낳는 가장 적정 시기는 30대 초반이며, 이보다 나이가 많으면 임신성 고혈압이나 당뇨, 전치태반 등 각종 위험이 뒤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한 임산과 출산은 산모 나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만큼 적정 시기에 맞춰 출산할 수 있도록 부부가 함께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121호 'talk'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 산부인과 이재훈 교수가 각각 전문 분야에서 체감하는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PART 1.
저출산 시대, 고령 산모의 임신과 출산
한국은 최근 OECD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가장 급락한 나라로 꼽힙니다. 교수님들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시나요?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 : 대한신생아학회에서는 한국신생아네트워크라는 극소 미숙아 레지스트리를 운영하며 통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출산율 감소에 비하여 미숙아 고위험 출산은 상대적으로 비율이 증가하여 약 10%에 이르고 있으며. 극소저체중출생아 수는 연간 약 3천명 선에서 최근 3년간 눈에 띄게 줄어 들었어요.
산부인과 이재훈 교수 : 산부인과의 경우는 고위험 산모들의 내원이 많다 보니 전체적인 볼륨은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미 5년 전부터 합계출산율이 ‘1’ 이하로 내려갔고 2023년에는 0.72명인 것을 보면서 심각성을 인지하게 됩니다. 특히 분만병원들의 폐업 소식을 들으면 정말로 출산율이 낮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죠.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 : 출산율 급감은 의료적인 수요문제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 자체가 지금 아이를 낳아 키우기에 아주 안 좋은 환경으로 바뀌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최근 일본을 다녀왔는데 거기는 20대 젊은 부부들이 아기 한두 명을 안고 식당에 오는 비율이 높더라고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젊은 사람이 많지 않아 출산율이 떨어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봐야 해요. 과다 경쟁사회인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인프라가 미흡한 상태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거죠.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짚어주세요.
석정호 교수 :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25세 즈음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 일하다가 20대 후반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지금은 취업 자체가 늦어지다 보니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을 만큼 안정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가 훨씬 늦어졌어요. 그 뒤에도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니까 자기 성취를 하려면 결혼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고, 막상 결혼을 해서도 아이를 낳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죠. 제대로 된 집도 있어야 되고, 교육도 시켜야 되는데 사교육 비용은 엄청나고···. 이런 부분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지니 아이를 안 낳고 살자는 생각이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이순민 교수 : 일단 아이를 적게 낳는 게 문제이지만, 지금 산모들의 임신·출산 연령이 너무 높아진 것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35세 출산도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40세가 넘는 산모도 많아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의 이유가 생기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이재훈 교수 : 임신과 출산에서 산모의 나이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인입니다. 고령 산모일 경우, 염색체이상인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임신중독증이 생길 가능성도 훨씬 높기 때문에 그로 인해 조산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조산이 아니더라도 엄마 배 속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태아성장지연의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고요. 또 난임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년 이상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해도 임신이 안 되는 커플을 난임이라고 하는데, 30대 후반부터는 잠재적 난임 커플로 볼 수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 임신을 하기까지도 너무 어렵고, 또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들다 보니 그렇게 할 바에 그냥 임신하지 않은 걸 선택하는 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
-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
- 산부인과 이재훈 교수
PART 2.
건강한 임신·출산·육아를 위한
개인과 사회의 역할
고령 산모와 난임부부의 증가는 고위험 산모·신생아의 증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늦은 임신과 난임의 경우 산모와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요?
이순민 교수 :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이 아이들이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어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다보니, 고위험 산모의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하여 예의 주시하게 됩니다. 고위험 미숙아 중 23~25% 정도가 체외 임신으로 출생했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인데, 고위험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 4명 중 1명은 주로 난임으로 인한 시술 이후에 태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아가 출산예정일보다 일찍 나올수록 사망할 가능성이 높고, 생존해서 살아가더라도 나중에 사회생활과 삶의 질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고위험 미숙아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최소 2~3개월 정도 입원 치료를 한 후 만 3세 정도 되면 호흡기 문제로 입원을 반복하는 아이들도 있고, 뇌성마비로 판정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동이나 인지·언어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난임을 겪으며 분만하는 산모들의 숫자가 늘수록 이런 리스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어렵게 임신한 산모들은 혹시나 내 아이가 고위험군 미숙아로 태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고,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심각하게 우울감을 겪는 양상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훈 교수 : 산부인과에서는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인과 질환을 보고 있습니다. 난임 시술은 배란유도제를 주입해 한 달에 하나만 자라는 난포를 동시에 여러개 키운 다음 뽑아서 난자를 얻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난소과자극증후군이라고 해서 일시적으로 복수가 차거나 부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문제이다 보니 후유증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서울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소개해 주세요.
석정호 교수 : 서울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보건복지부 예산 50%, 서울시 예산 50%로 진행하는 공공사업입니다. 난임, 고령 산모, 양육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을 겪는 분이 많은데, 약을 먹는 것보다 상담 치료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병원 정신과는 상담수가가 낮다 보니 주로 약물 치료 위주로 하고 짧은 상담밖에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현재 상담센터에는 전문 상담사 5명이 상담 서비스 제공하고 있어서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임신이 안 되는 것을 본인 탓으로 여기고 과도하게 걱정하는 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임신이 잘돼서 아이를 출산하는 게 여성으로서 당연한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다가 그게 여의치 않으니 자존감이 떨어지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여성이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반면, 남성들은 난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어도 난임 시술이나 치료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경향이 있어 여성들에게 더욱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시댁, 친지 등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여성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이재훈 교수 : 저도 상담센터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 젊은 세대들은 윗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리어를 위해 모든 것을 미루다가 30대 중반 이후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결혼과 출산을 시도하는데 경제적 상황이나 난임 등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마음처럼 가정을 꾸리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부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들도 있고요. 난임 시술은 수술처럼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고 평균적으로 두세 번 정도는 해야 임신이 된다고 봅니다. 한 번에 되는 사람도 있지만, 여러 번 시도해야 성공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경제적인 문제, 직장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상담센터를 찾아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당연시했던 결혼, 임신, 출산이 참 쉽지가 않은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이재훈 교수 : 35세가 넘는 고령 산모는 결국 고위험 산모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가족계획을 세우기를 권유드립니다.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임신을 해야 합니다. 임신은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분들은 한 번 정도는 ‘난소나이기능검사’라고 하는 AMH(Anti-Mullerian Hormone) 수치를 재보고, 자신이 또래에 비해 낮으면 조금 더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산부인과 진찰을 2~3년에 한 번 정도 받아보시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임신 시기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40살이 되면 AMH가 0.08인데 당장 임신 계획은 없고 계속 고민하는 분들은 비유하자면 ‘지하철 막차 문이 닫히고 있는데 탈까 말까 고민하는 것’과 같아요. 본인이 임신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석정호 교수 :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얘기처럼 일단 몸이 젊고 건강할 때 임신을 준비하고 가족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임신 준비부터 임신과 출산까지 전 과정에서 엄마 역할이 중요하지만, 아빠를 비롯해 온 가족이 함께 편안하고 화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중요합니다. 아이가 엄마 몸속에서 자라는 일 년은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며, 정신과적으로도 양육 환경 중 특히 태어나서 3년까지의 기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아이 뇌에 엄마와의 애착, 세상 사람들과의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제일 초기 단계거든요. 그래서 아이를 품은 산모이자 출산 후 많은 변화를 경험하는 엄마에 대한 관심과 따뜻한 대화, 정서적인 교류가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순민 교수 : 석정호 교수님 말씀대로 고위험 미숙아는 3세까지가 아이의 신체·정신적 발달에 중요한 시기이므로 꼭 미숙아 지속관리라는 면에서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권고 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와 신생아학회가 통일된 추적 관리 프로토콜과 추적 코디네이터를 통하여 이를 지원하여 조기 진단과 조기 중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취학 전까지 정기적인 추적을 다학제진료를 통해 지원하기도 하고요. 따라서 6개월 혹은 1년에 한번 정도 이루어지는 정기 추적 관찰을 꼭 시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