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과
치매의 상관관계

60세 이상 연령군에 속하고 전체 인구의 25% 정도로 추산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겪고 있다면 치매 발생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정일, 이현웅 교수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했을 때 치매 발생 위험도가 약 1.5배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사성질환(당뇨·비만·고지혈증·고혈압 등)과 연관이 깊고, 치매 역시 대사성질환과 연관이 있으므로 치매 발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글 편집실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치매는 매우 중요한 질환이 되었습니다. 아직 확실한 발병 원인이나 기전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당뇨 등 대사성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사성질환은 전 국민의 30~40%에서 발견되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간에서는 지방간 질환으로 표현됩니다. 최근에 동물실험에서 지방간이 있는 동물의 뇌 용량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지방간과 치매의 관련성에 대한 몇몇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결과가 일률적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과 함께 2년마다 국가검진을 시행하고 있고, 60세 이상 인구에서는 인지기능 검사를 함께 시행하고 있어서 전 인구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연구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되어 이번 연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과정과 결과 도출 과정도 궁금합니다.

연구팀은 2009년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60세 이상 연령층 107,367명 중 알코올중독, 만성 B 또는 C형 간염 보유자, 혈관성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뇌졸중 환자를 제외한 65,690명을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지방간 지수(Fatty liver index*: FLI)를 사용해 지방간을 진단할 수 있는 5,837명, 지방간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41,551명 등 총 47,388명을 최종 연구집단으로 규정했습니다.

최종 연구집단 중 치매 증상 그룹은 15.2%(7,209명)였습니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 수축기·이완기 혈압, 공복혈당, 고혈압, 당뇨병, 흡연 여부와 경제 상태 등 여러 변수를 대입하여 치매 질환을 지닌 실험군 2,844명과 대조군 14,220명을 최종 비교·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치매 질환을 지닌 실험군 2,844명 중 비알코올 지방간이 아닌 비율은 93.3%(2,652명)였고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는 6.8%(192명)였습니다. 대조군 14,220명 가운데 비알코올 지방간이 아닌 비율은 94.5%(13,436명)였으며, 비알코올 지방간을 지닌 비율은 5.5%(784명)였습니다. 실험군에서 비알코올 지방간은 6.8%, 대조군에서 비알코올 지방간은 5.5%였습니다.

또 비알코올 지방간이 아닌 그룹과 비알코올 지방간 그룹에서 각각 치매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도 면밀하게 관찰했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이 아닌 그룹을 기준으로 설정했을 때, 지방간을 지닌 그룹은 치매 발생 확률이 1.493(1.214~1.836, 95% 신뢰구간)을 기록해 약 1.5배 정도 높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한편, 연구팀은 전통적으로 치매의 위험인자로 학계에 보고된 당뇨병 유무에 따라 비알코올 지방간이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보았습니다. 당뇨병 여부와 관계없이 비알코올 지방간이 있는 군에서 치매 발생 확률이 의미 있게 높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알코올 지방간이 치매 위험인자로 밝혀진
이번 연구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에서 치매 위험도가 더 높고, 이것은 단순히 지방간 환자에서 치매 위험인자로 알려진 당뇨병의 유병률이 높은 것과는 독립적인 결과라는 점입니다. 이는 비알코올 지방간 자체가 치매 발생과 관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번 연구에 이어 후속 연구도 계획하고
계시다면 소개해주세요.

아무리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라고 하더라도 관찰연구는 질병의 기전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동물을 이용한 기초연구를 진행해서 지방간과 치매의 관계를 좀 더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연구를 계획 중입니다.

이번 연구가 어떻게 활용되기를 바라는지도
말씀해주세요.

더 깊이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같은 대사성질환인 당뇨병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준 것처럼, 비알코올 지방간도 치매 발생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방간이 있는 환자분들에게 치매 위험도가 더 높다는 경고성 의미보다는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을 위해서 대사성질환 환자들이 운동과 식단 조절을 꾸준히 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하나 더 제공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