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인 질병으로
병든 마음을 치유하다
원목실
강남세브란스병원 2동 3층에는 환자와 보호자, 교직원들이 위로를 받기 위해 찾는 공간이 있다. 육체적인 질병으로 마음까지 힘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영적 돌봄이 이루어지는 원목실이 바로 그곳이다. 기독교 정신에 뿌리를 둔 의료기관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세브란스 정신을 실천하고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원목실을 찾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한국병원목회의 선구자
1885년 선교의사 알렌이 제중원을 건립하며 시작한 연세의료원은 기독교 정신에 뿌리를 둔 의료기관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선교의 중심인 원목실은 병원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한국병원목회 선구자로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영적으로도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에 있는 것이지,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스위스 정신과 의사인 폴 투르니에는 “치유에 관한 철학은 두 가지 차원을 한데 합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의학적인 지식과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를 하나의 주체적인 인격을 지닌 존재로 보고 그와 바른 관계를 맺고 그의 영적인 차원을 고려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원목실은 환자들이 육체적인 질병을 치료하고 영적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담당한다. 이곳의 역할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영적인 지지를 하는 일이라고 하니 간혹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신비적이거나 광신적이거나 비인격적인 부분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나 사고로 병원을 찾게 되면 누구나 당황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다 좋지 않은 검사 결과를 받기라도 하면 당혹감과 절망감, 분노 그리고 죄책감이 생기게 되는데, 이처럼 육체적인 질병 때문에 마음까지 병들었을 때 원목실은 의학적인 힘과 함께 환자들을 지지하고, 지탱할 수 있도록 용기와 위로를 준다.
종교를 떠나 모두에게 열린 공간
강남세브란스병원 원목실이 하는 일은 교직원 목회와 환자 목회로 나뉘며, 송우용 원목실장을 비롯해 민은정, 이상대, 백종주, 윤현호, 양성훈 목사 등 상담을 전공한 전문가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각자 맡은 병동을 돌며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요청할 경우 함께 기도해준다. 또 수술을 앞두고 두려움과 불안에 직면한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친 의료진을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일도 원목실의 역할이다.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지만, 그 안에는 의료진이 할 수 없는 역할이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하고, 남은 가족들의 마음까지 두루 살피는 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안과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 이것이 원목실 구성원들의 사명감이자 보람이다.
종교를 떠나 원목실은 모든 이에게 열린 공간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예배실에서 조용히 묵상할 수 있고, 다른 종교와도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어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스님이나 신부님, 수녀님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잊지 않고 원목실을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할 때 느끼는 보람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환자 임종 소식을 전해 들을 때면 ‘한 번 더 찾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이런 아쉬움을 덜 수 있도록 원목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힘을 실어주겠다는 포부를 전한다.
mini interview
환자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최선을 다하는 원목실이 되겠습니다
송우용 원목실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원목실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비전으로 육체적인 건강과 영적인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음독해 응급실에 실려 온 고등학생 환자가 있었는데, 이 학생이 육체적인 건강을 되찾도록 의료진이 의학적인 도움을 주었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정신적인 회복을 도운 것이 원목실이었습니다. 병원은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지만, 분명 의료인이 할 수 없는 영역이 있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원목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와 가족들의 회복을 위해 늘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