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췌장암·담도암을 향해 쏘는
희망의 빛
소화기내과 조중현 교수
의학이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암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췌장암 사망률은 증가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 자료를 보면 암 사망률 순위는 폐암, 간암, 대장암에 이어 처음으로 췌장암이 위암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발견이 어렵고, 빠르게 전이하는 까닭에 생존율 상승이 가장 더딘 췌장암 연구에 뛰어든 젊은 의사과학자가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조중현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남들이 기피하는 췌담도 분야에 뛰어든 이유
조중현 교수는 췌장과 담도를 보는 의사다. 조 교수는 ERCP(내시경역행췌담도조영술)와 EUS(내시경초음파검사) 두 내시경으로 췌장암·담도암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와 치료, 암 조직 유전자, 미생물 연구, 내시경 기기 연구, 항암제와 관련한 임상 연구 등 다각도에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소화기내과 자체는 기본검사부터 침습적인 경향이 많은데, 특히 췌장암·담도암 환자는 내시경검사와 내시경초음파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종양내과에서도 항암 치료를 하고 암 환자를 많이 보지만, 췌장암이나 담도암은 진단 시점부터 합병증 관리, 항암 치료, 임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다 봐야 하기 때문에 다른 소화기암과 달리 소화기내과의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조중현 교수는 내과 트레이닝 기간도 길고, 위험해서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췌담도질환을 전문 분야로 선택한 이유가 왜 어려운지, 과연 자신이 해낼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은마음이 커서였다고 한다.
“다들 어렵다, 힘들다고 하니까 도대체 왜 어려운지가 궁금해서 해보고 싶었어요. 하다 보니까 어렵긴 해도 흥미로운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도가 막혀 병원에 실려 온 환자는 진짜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어요. 그 상황에서 내시경으로 막힌 데를 뚫어주고, 배액을 해주니 살아나더군요.”
이처럼 드라마틱하게 환자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아 췌담도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지만 암 환자의 생존율이 여전히 낮다는 사실이 속상하고 안타까워 췌담도암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고 한다.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
췌장암과 담도암은 몸속 깊이 자리하고 있어 내시경검사와 내시경초음파검사 자체가 위험하고 어렵다. 췌장암 80~90%, 담도암 70%로 다른 내과질환과 비교하면 검사성공률이 높지 않은 데다, 실패하면 또다시 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에 어렵사리 떼어낸 조직 하나하나가 소중한 만큼 그 조직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저는 현재 췌장암과 담도암 조직과 관련한 중개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받은 조직을 대상으로 유전자 연구와 미생물 연구를 하고, 내시경 기기와 관련된 연구도 병행하고 있어요. 담도 안쪽에 들어가는 얇은 관을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또 여러 회사에서 제조한 관들을 비교하고, 항암제와 관련한 임상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조중현 교수는 췌장암·담도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예전보다 길어진 데는 내시경치료를 동반한 항암 치료와 항암제 개발, 보존적 치료를 통한 합병증 관리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인 만큼 조중현 교수는 환자의 혈액이나 DNA에 존재하는 암세포 조각을 찾아 유전자 검사로 분석하는 액체생검을 위한 진단 기기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기초연구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왔을 뿐만 아니라 특히 내시경 관련 연구 업적이 출중하다는 자부심이 있다. 여기에 중개연구에 강점이 있는 조중현 교수가 합류해 앞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상의사로서 환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현재 연구에 더 비중을 두는 이유가 있습니다. 췌담도 분야에 대해 저 스스로가 잘 몰라서 설명을 못 하는 일이 많다 보니까 환자를 위한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었던 경험을 여러 번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조중현 교수의 연구는 환자들의 참여와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만큼 불안하고 힘든 가운데서도 연구를 위해 협조해주시는 모든 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녹록하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난공불락 췌담도암 연구에 힘쓰는 조중현 교수의 노력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처음 수술 보조 역할로 참여한 수술
보다 정확도 높은
폐암수술을 위한
일본연수
180일
흉부외과 문덕환 교수
더 정확하고 정밀한 구역절제술과 임파선 절제 방법을 연구하고자 일본 연수를 계획하게 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구역절제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고 종격동 임파선 절제를 가장 잘하며 암수술에 특화된 일본 암연구소병원(Japanese Foundation for Cancer Research Hospital)으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저는 흉강경과 로봇을 이용해 최소침습 폐암 수술, 그리고 조기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구역절제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수의 가장 큰 목적은 수술을 제대로 잘하는 것이었기에 해당 병원의 전공의들과 똑같은 일과를 보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당일 수술할 환자들을 파악하고 구역절제술에서 기본이 되는 3D reconstruction program을 분석했습니다. 또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술장에서 수술 보조역할을 하며 그들의 움직임과 모습을 눈에 익히고 기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매일 수술장에서 보고 듣고 알게 된 것들을 노트에 정리하고 복기하며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일본 암연구소
일본에서는 모든 환자가 수술장에 직접 걸어 들어옵니다. 수술장에 들어와서 침대에 눕기 전에 마취과 스태프들과 간호사들에게 수술을 잘 부탁한다고 웃으며 인사하고 대부분 유쾌하게 마취에 들어갑니다. 이런 수술 전 모습은 그 자체로 저에게 너무 생소한 장면이었고, 매일 바쁘게 수술을 해야 하는 우리의 수술실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수술에 참여 모든 스태프는 수술 스케줄이 없는 날도 다른 스태프가 수술하는 것을 반드시 참관하고 수술 중에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이 장면 또한 저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다른 전문의의 수술을 보면서 나의 수술 방법을 다시 돌아보고, 서로 도와가며 최고의 센터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일본 암연구소(JFCR) 구성원들을 보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에도 꼭 이런 문화를 만들어보리라 다짐했습니다.
가을 어느 휴일날 아들과 함께
일본 교토 청수사 앞에서 한 컷
기본에 충실하자고 다짐한 계기
일본 병원의 수술실에 매일 들어가며 느꼈던 점은 수술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하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술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잊기 쉬운 말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경력이 쌓이면서 ‘좀 더 편한 방법으로’ 또는 ‘굳이 이렇게까지’ 등 여러 이유로 생략하는 과정들이 생기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는데, 이런 점들을 많이 반성하고 다시금 초심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몸을 맡긴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기본에 충실하며 정직한 흉부외과의가 되리라 다짐했습니다. 저는 이번 연수에서 보고 배우고 익힌 내용을 바탕으로 한층 발전된 구역절제술을 시행해 강남세브란스 흉부외과를 찾는 조기폐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또 진행된 폐암 환자에게도 개흉이 아닌 최소침습 수술을 적용하고 종격동 임파선 절제를 정확하게 시행해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모든 것이 추후 항암 치료와 방사선치료의 순응도를 높여 생존율 향상에도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최고의 조기폐암센터가 되는 그 날까지
앞으로 최소침습 방법으로 로봇을 이용하는 구역절제술에 초점을 두고 더 큰 기술적인 발전을 추구할 것입니다. 로봇수술은 흉강경 수술에 비해 미세하고 정확한 박리가 가능해 환자의 통증을 최소화하며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따라서 흉부외과에서 조기 폐암에 시행하는 구역절제술 또는 복잡구역절제술이 로봇 수술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조기폐암의 경우 수술적 절제가 아닌 냉동치료를 통한 비수술적 치료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가 더욱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힘써 대한민국 최고의 조기폐암센터로 발돋움 하는 데 이바지하겠습니다.
오다이바에 위치한 일본 암연구소병원.
일본 사람들은 Ariake 암병원이라고 부릅니다.
첫 출근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