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감염과 이차 혈류 감염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 및 검증

요로감염은 지역사회와 의료 환경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감염 중 하나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최민혁, 김도균, 박용정 교수팀은 요로감염증 진단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예측 모델을 개발해 특허출원과 함께 인공지능 모델 코드를 공개했습니다.

글 편집실

이번 연구를 시작하에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소변 검체의 세균 배양은 요로감염증을 최종 진단하기 위한 표준검사이지만 세균이 자랄 때까지 2~3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요로감염 관리의 초기 단계에서 세균 배양 결과를 활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경험적 치료의 시작을 결정하기 위해 요시험지를 사용하는 자동화 소변검사를 통한 요로감염 추정 진단이 권장되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정확하게 진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감염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감염 초기에 활용할 수 있고 요로감염증 진단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박용정 교수님이 <Always YOUNG> 110호에서 의료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언급하신 UTOPIA value의 후속 연구로 시작되었습니다. UTOPIA value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실시한 요검사 4만 건을 대상으로 전통적 통계기법인 로지스틱 회귀분석으로 만들어진 모델입니다. 여기에 AI 기법을 도입하고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실시한 요검사 25만여 건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예측 결과의 향상을 가져온 것이 이번 연구입니다.

연구와 결과 도출 과정을 설멍해주세요.

연구팀은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2011~2021년에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요배양 검사와 자동화 소변검사를 받은 환자 25만2,917명을 등록해, 요로감염과 요로연관 2차 혈류 감염 진단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검증했습니다. 기존의 자동화 소변검사의 요로감염증 예측 성능은 AUROC(수신기작동특성곡선의 곡선아래면적) 값이 74.5%(74.3~74.6%)였으나, 인공지능 알고리즘들은 90% 이상의 높은 AUROC 값을 나타냈습니다. 최종 인공지능 모델은 외부 검증 데이터세트에서, 요로감염 예측 시 AUROC 96.7%(96.6~96.8%)와 요로연관 2차 혈류 감염 예측 시 AUROC 95.5%(95.1~95.9%)의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이 모델을 임상적으로 활용하면 비특이적 요로감염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항균 치료 지연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고 추가 치료와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요로연관 2차 혈류 감염 환자를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되기를 바라시나요?

혈청 크레아티닌(Serum creatinine) 검사를 예로 들겠습니다. 이 검사는 해당 결괏값 외에도 EMR에서 자동으로 계산된 추정 사구체 여과 속도(estimated GFR) 값을 함께 보고합니다. 이 계산값은 신장질환을 진단하고 평가하는데 임상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진단검사 결과는 단독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2차 계산이나 분석을 통해 임상적 판단을 더욱 향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AI 모델링을 통해 기존 검사 결과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통합하는 것이 진단검사의학 발전의 핵심 방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AI 연구가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으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 쓰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현재의 방식은 주치의들이 AI 결과를 보기 위해 EMR 화면이 아닌 웹사이트나 다른 장비에서 많은 수치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방식은 업무량을 가중할 뿐만 아니라 자료입력 시 오타나 누락 등 추가적인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활용하려면 주치의들이 EMR에서 추가적인 과정 없이 AI 예측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서버와 컴퓨팅 소스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세브란스병원에서 즉시 구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서울의과학연구소(SCL)와 협업해 인공지능 모델 이식의 전 과정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SCL과 MOU를 체결했고, 기술이전과 공동연구를 통해 AI 모델을 SCL 서버에 탑재하여 자동화된 보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AI 모델은 요검사를 의뢰한 주치의들에게 예측값을 자동으로 제공할 예정이며, 전향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평가를 통해 서버 이전의 안정화가 검증되면, 세브란스병원에 AI 모델을 상호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예정입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이 연구는 연세대학교 의료원 임상연구분석포털 SCRAP 2.0을 활용한 빅데이터 연구로, 연세의료원의 우수한 의료데이터 플랫폼을 이용하여 11년간의 방대한 임상자료를 단기간에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연세의료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공지능 기반 요로감염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코드를 공유했고, 관련 알고리즘 개발 방법과 그 결과물에 대한 특허출원 후 기술이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요배양 검사의 정확성과 자동화 소변검사의 신속성이라는 장점을 모두 가지는 인공지능 장치로, 빠른 진단과 환자의 치료 결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기술과 관련해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진단검사의학 영역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검사가 있습니다. 이번 요검사 기반 요로감염 예측 모델은 이러한 연구 방향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앞으로 다양한 검사에서 AI 모델을 통한 예측값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현재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과제는, AI 모델을 활용해 감염병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진행한 요로감염, 혈류 감염, 폐렴 AI 모델을 통합하고, 데이터 학습을 누적해 항생제 사용과 중단의 근거로 제공할 수 있는 진단검사 레포트의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2024년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NGS ,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기를 감염병 진단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검사는 소요시간이 길어, 빠른 결과 보고가 중요한 감염병 영역에서는 환자 진단보다 연구 영역에서 더 많이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metagenomic NGS(mNGS) 기법이 소개되면서 감염병의 실시간 진단이 합리적인 검사가격으로 가능케 되었습니다. 도입될 metagenome 데이터가 우리가 개발한 AI 모델과 결합된다면, 환자 맞춤형 진단과 치료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