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로봇수술 진일보를 위한
의미 있는 도전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7년 다빈치S 가동을 시작하며 서울 강남 지역에서 로봇수술의 길을 열었다. 2023년 12월에는 SP(Single Port: 단일공)로봇을 이용해 결장암과 담낭을 동시에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해 화제를 모았다. 환자의 배꼽 부위를 2.5cm가량 절개해 결장암 수술을 하면서 같은 구멍으로 반대편에 있는 담낭을 동시에 절제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시도여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가장 진화된 로봇수술 기법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
과거 개복수술로 진행되던 대장암 수술은 이후 2000년대부터 대부분 복강경수술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로봇을 활용한 대장암 수술이 시작됐고 경험이 쌓이면서 최근에는 하나의 구멍만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단일공 로봇수술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다.
대장항문외과 김우람 교수와 간담췌외과 김형선 교수는 결장암과 담낭염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해 최선의 수술 방법을 모색하다가 SP로봇 수술방법이 가장 적절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50대 여성 환자에게서 대장내시경을 통해 2cm가량의 혹을 발견했고, 환자에게 내시경 점막하절제술을 권유했으나 시술과 관련된 합병증 및 10~20%에서 추가 수술을 할 수 있음을 듣고는 환자가 수술을 택했다. 수술 후 통증과 상처, 합병증에 대한 걱정이 커 단일공 로봇수술로 전환하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실시한 CT 검사에서 담낭에 다수의 담석이 발견됐다. 한 번에 두 가지 수술을 같이 진행하면 환자 부담을 덜 수 있겠다고 판단해 결장과 담낭 동시 절제 수술을 진행했고 환자는 양호한 경과를 보였다.
“외과 전문의들이 많은 케이스의 다공(Xi) 로봇수술을 시행했고, 이에 익숙해지면서 그간의 경험을 살려 단일공(SP)플랫폼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단일공은 하나의 구멍으로 하는 수술로, 깊고 좁은 공간에 특화돼 있으며 로봇팔 하나 구조로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합니다. 또 작은 구멍 하나만 있으면 되므로 절개 부위를 줄일 수 있어서 흉터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미용적인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수술은 김우람 교수가 배꼽 부위에 2.5cm 구멍을 낸 다음, 김형선 교수가 로봇을 도킹해 담낭을 제거하고, 같은 구멍으로 다시 김우람 교수가 결장절제술을 시행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단일공 수술이다 보니 위아래 방향 전환이 필요 없어 기기를 옮기지 않아도 돼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또 2.5cm를 절개해도 배꼽이 말려 들어가 겉으로 흔적이 남지 않아 미용적인 측면에서의 효과는 물론 통증이 거의 없어 환자 만족도가 컸다.
서로 윈윈할 수 있었던 수술 컬래버
Xi다공로봇수술은 직장암에서 장점이 많아 다수 진행했지만, 상대적으로 결장암에서는 뚜렷한 장점이 없어 잘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SP로봇수술은 Xi다공로봇수술이나 복강경 수술과는 다른 미용적인 효과와 통증감소 등의 장점이 있어 2019년부터 국내 일부 기관에서 결·직장암을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SP로봇을 이용한 대장암의 수술은 난도가 높아 아직 美FDA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SP로봇수술에 특화된 국내 의사들의 수술 결과를 토대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김우람 교수와 김형선 교수의 컬래버 수술처럼 다양한 시도가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고, 안정적인 결과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만큼 SP로봇수술 분야를 개척해간다는 사명감도 크다.
“환자가 수술 다음 날 바로 씩씩하게 양치하는 모습을 보고 왜 통증이 없는지 오히려 제가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는 3개월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하는 정도이며, 담낭은 2~3개월에 한 번 가까운 검진기관에서 검사해도 무방할 정도로 경과가 좋습니다.”
김우람 교수는 환자가 직접 만든 컵과 향초를 선물할 정도로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 무엇보다 반가웠다며, 김형선 교수와의 수술 컬래버가 의미 있는 도전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여러 과와 협업을 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같은 컬래버 수술이 가능했던 이유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여러 과 교수님들이 SP로봇수술을 많이 시행하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형선 교수님도 SP로봇을 이용한 담낭절제술을 여러 번 진행하셨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최근 들어 담낭 관련해 단일공 로봇수술을 많이 하는 추세인데, 김우람 교수님이 먼저 제안해주셔서 좋은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과와 같이 진행하는 수술은 처음이라 약간의 우려도 있었지만, 환자분이 흔쾌히 동의하셨고, 수술 경과에 대해 크게 만족해하셔서 제게도 보람된 경험이었습니다.”
로봇수술의 새 길을 열어간다는 사명감
로봇수술은 미세한 로봇팔의 움직임 덕분에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한 조작이 가능해 환자의 대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과거에 의사들이 꿈에 그리던 기구가 SP로봇이었고, 그 꿈이 실현된 지금 터치 센스를 장착한 최종 완결판의 4세대 기기가 나올 계획이다. 김우람 교수는 다공 로봇이 운동장에서 수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단일공 로봇은 테니스공 안에서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면서 단일공 로봇수술의 환자 만족도가 높은 만큼 의사에게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겼다고 말한다.
“로봇수술의 핵심은 결국 환자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담췌암 분야 로봇수술 권위자이신 임진홍 교수가 SP로봇을 활용한 간절제술을 시도한 바가 있어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김형선 교수에 이어 간담췌외과와 새로운 컬래버를 구상중인 김우람 교수의 계획이 성사된다면 세계 최초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직장암과 간 전이를 단일공 로봇수술로 시행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만간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