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요?”

갑작스러운 암 진단으로 혼란스러움도 잠깐, 항암을 시작하면 영양 섭취라는 당면 과제와 만나게 된다. 잘 챙겨 먹으라는데 입맛도 없고 속은 편치 않다. 챙겨주는 사람도 먹어야 하는 사람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암환자와 보호자가 궁금해하는 암환자의 영양 관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글 편집실 / 도움말 윤유은 영양사

암환자가 꼭 알아야 하는
영양 상식은 무엇인가요?

암 치료 중에는 균형 잡힌 식사로 양호한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암 치료에 좋다는 특정 식품이나 영양소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지만, 식품은 암을 치료하는 약이 아닙니다. 치료 중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에너지와 단백질,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암치료를 하면 식사를 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영양보충 음료만 섭취해도 되나요?

뉴케어, 그린비아, 케어웰, 메디웰 등 영양보충음료를 특수의료용도식품이라고 합니다.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일시적으로 식사를 대체하거나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다양한 식품에서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를 모두 충족할 수는 없습니다. 되도록 음식으로 영양을 섭취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부족한 식사량을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보충하여 식사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모든 병에는 면역력이 중요한데 암환자가 면역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면역력을 올리는 특별한 음식은 없습니다. 면역력 향상을 위해서는 충분한 에너지와 단백질 섭취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품을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영양제를 섭취해도 되나요?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영양제는 대부분 과학적으로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평소에 문제가 없던 영양제라고 하더라도 항암치료로 인해 면역력과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항암약물과 영양제 간에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 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맛이 없고 삼키기가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식품이나 레시피를 알려주세요.

입맛이 없을 때는 식사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공복감이 생길 때나 먹고 싶을 때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이나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 위주로 준비하거나, 입맛이 자주 변하므로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밥과 반찬으로 이루어진 백반 형태보다는 다양한 식품이 들어 있는 일품요리가 좋습니다. 또 간식을 가까운 곳에 두고 조금씩 자주 섭취합니다. 식사량 자체가 줄어든 경우에는 영양밀도가 높은 식품을 섭취해야 합니다. 흰죽 대신 고기, 새우 등이 들어간 영양죽이 좋고, 빵은 잼이나 버터를 바르거나 계란물을 입힌 프렌치토스트로, 나물이나 샐러드에는 기름(참기름, 들기름 등)을 넉넉히 사용하며, 유제품은 미숫가루, 견과류 등과 함께 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음식을 삼키기가 어려울 때는 계란찜이나 죽, 요거트와 같이 부드럽고 촉촉한 음식을 섭취하거나, 음식을 으깨거나 갈아서 이유식처럼 만들어 섭취합니다.

과일은 마음껏 먹어도 되나요? 또 영양 공급에 도움되는 간식도 추천해주세요.

과일은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암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므로 하루 1~2회 섭취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포도당, 과당 등 단순당도 들어 있기 때문에 혈당 관리가 필요한 암환자는 한 번에 소량(사과 1/3개, 귤 1개, 바나나 1/2개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씹고 삼키기 어려울 때는 과일을 갈아 만든 스무디나 주스 형태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견과류, 요거트, 영양보충음료 등과 함께 갈아서 섭취하면 에너지와 단백질 섭취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육류를 섭취할 때 주의할 점도 알려주세요.

암환자를 교육할 때 암 진단 이후 육류 섭취를 중단하고 채식 위주로 식단을 변경하여 오시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육류는 질이 좋은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이므로 수술 후 회복을 돕고 빈혈을 개선할 뿐 아니라 항암치료로 인해 저하된 면역기능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매끼 육류, 생선, 계란, 두부 등 단백질 식품을 1~2가지씩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직화구이나 튀김처럼 장시간 고온에서 조리하거나 훈제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리법에 유의하시고,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육은 되도록 피하도록 합니다.

꼭 챙겨 먹어야 할 하루 영양소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5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이며, 몸 안에서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식품을 통해 골고루 섭취해야 합니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성장과 손상된 조직 복구에 필수적이며,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데도 꼭 필요합니다.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식품으로 육류와 생선류, 계란, 두부, 콩 등이 있습니다. 비타민과 무기질은 우리 몸의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영양소로, 채소와 과일에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우리 몸에 열량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 부족하면 체중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정제되지 않은 복합 탄수화물로, 지방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피하고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불포화지방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토감이 있을 때 도움이 되는 식품도 있나요?

구토 증상이 있을 때는 삶아서 식힌 감자나 고구마, 상큼한 맛이 나고 아삭한 식감이 있는 과일 등 조리 시간이 짧은 메뉴를 권장합니다. 주로 고기나 생선에서 좋지못한 냄새를 느껴 꺼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백질 급원 식품으로 부드럽고 차가운 계란찜이나 연두부찜 등 계란이나 두부를 활용합니다. 수분기가 거의 없고 음식 냄새가 나지 않는 구운 토스트, 크래커, 시리얼, 마른 누룽지, 가래떡도 구토를 덜 유발하고 공복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뜨거운 음식은 구토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음료나 음식은 차게하거나 상온에 보관했다가 섭취하고, 차고 시원한 음료(보리차, 식혜, 주스, 요구르트, 생강차, 미숫가루 등)를 섭취하는 것도 좋습니다.

암환자 보호자를 위한 팁!

암 치료 중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암환자는 음식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식사는 보호자가 준비하는 것이 좋으며,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좋아하는 간식을 환자 가까이에 준비해주고, 환자가 가족과 함께 즐거운 환경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암환자를 상담하다 보면 보호자는 환자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에 저염식, 채식 등을 권유하고, 환자가 발병 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치료 중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환자가 평소에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