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척추를 어떻게 망가뜨리는가전자담배도 안전하지 않은 이유

척추정형외과 권지원 교수

디스크 질환은 흔히 노화나 잘못된 자세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흡연이 척추 퇴행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특히 전자담배가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다양한 형태의 흡연이 디스크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척추정형외과 권지원 교수를 만나 흡연과 디스크 질환의 상관관계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정리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와 배경을 소개해주세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전자담배로 바꾸면 허리나 목에는 덜 해롭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이 전자담배를 ‘덜 해로운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 선택이 척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주로 폐나 심혈관계 독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 척추나 근골격계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전 국민건강보험 기반 연구를 진행하며 흡연군에서 요통과 디스크 질환이 더 많이 관찰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더 현실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를 설계하게 됐습니다.

특히 연소형 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그리고 이들 간 전환군까지 세분화해 전국 단위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이번 연구는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이 척추 건강에도 덜 해로운가”라는 임상현장의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흡연이 디스크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설명해주세요.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로, 내부의 수분과 탄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디스크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면서 콜라겐과 같은 기질을 지속적으로 합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흡연을 하면 니코틴이 디스크 세포의 증식과 기질 합성을 억제하고, 혈류를 감소시켜 산소와 영양 공급이 떨어지게 됩니다. 여기에 담배 연기 속 유해물질은 염증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조직 손상을 가속화합니다.

즉, 흡연을 하면 디스크가 한 번에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퇴행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쉽게 표현하면 “디스크가 더 빨리 닳고 약해지도록 만드는 조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즉, 디스크 질환은 단순히 나이나 자세의 문제가 아니라,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과 밀접하게 연결된 질환입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주요 결과와 의미도 궁금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는 흡연의 형태와 관계없이 모두 디스크 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비흡연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연소형 담배는 1.174배, 액상형 전자담배 1.153배, 궐련형 전자담배 1.132배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용 빈도가 증가할수록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매일 사용하는 경우 위험이 1.424배까지 증가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전환 효과’입니다.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꾼 경우에도 위험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으며, 일부에서는 기존 흡연군과 유사한 수준의 위험을 보였습니다. 이는 ‘전자담배로 바꾸면 척추에는 괜찮다’는 인식이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관된 연관성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흡연이 디스크 치료나 회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이번 연구는 디스크 질환의 발생 위험을 중심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치료 결과를 직접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존 척추 분야 연구들을 보면 흡연은 통증 회복을 늦추고, 기능 개선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척추 유합술과 같은 수술에서는 골유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불유합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이는 흡연이 혈류를 감소시키고 조직 치유를 방해하는 생리적 기전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임상에서는 금연을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이 아니라,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치료 전략의 하나로 설명합니다.

진료 현장에서 인상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임상에서 자주 보는 사례 중 하나는 일반 담배를 오래 피우다가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는 이유로 액상형 전자담배로 바꾼 환자입니다. 이런 분들은 이미 건강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금연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증이 반복되고, 영상검사에서도 디스크 퇴행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면 금연과 함께 체중 관리, 운동, 자세 교정을 병행한 환자들은 통증 조절과 재발 예방이 훨씬 수월해지는 사례를 많이 봅니다. 이러한 경험은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과 ‘금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임상적으로 다시 확인하게 합니다.

이번 연구가 진료와 치료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이번 연구는 척추 진료에서 흡연 평가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이제는 단순히 흡연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흡연의 형태, 사용 빈도, 과거 흡연력까지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전자담배 사용자에게도 위험이 충분히 낮아졌다고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척추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환자 교육, 수술 전 상담, 보존적 치료 과정에 금연상담을 더욱 적극적으로 포함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스크 질환을 단순한 영상학적 문제가 아니라 생활습관 개입이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변화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척추 건강을 위해 실천해야 할 생활습관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덜 해로운 담배’가 아니라 ‘금연’입니다. 니코틴 노출 자체를 끊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에 더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합니다. 걷기나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과 함께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하면 척추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적정 체중 유지, 올바른 자세, 장시간 같은 자세를 피하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물건을 들 때 허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함께 사용하는 등 일상적인 움직임을 교정하면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척추 건강은 특별한 치료법보다는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얼마나 꾸준히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도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는 전자담배가 척추를 포함한 근골격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과, 니코틴 노출량에 따른 정량적 위험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또한 수술 후 회복이나 재발률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한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약 326만 명 규모의 전국 단위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흡연 정보가 자기 기입식이라는 한계와 전자담배 노출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어려웠다는 제한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합니다.

환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디스크 질환은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는 질환이며,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확실한 선택은 ‘덜 해로운 담배’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담배 자체를 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