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수술 10,000례의 축적
정밀함이 만든 수술 패러다임의 전환
강남세브란스병원이 로봇수술 10,000례라는 의미 있는 이정표를 달성했다. 2007년 로봇수술 도입 이후 약 18년 동안 쌓아온 결과다. 이는 단순한 수술 건수의 증가를 넘어, 로봇수술이 특정 환자군에 제한된 기술에서 임상 전반에 적용되는 표준 치료 전략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축적된 경험과 기술의 진화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살펴본다.
정리 편집실
장비와 술기의 진화, 수술 정밀도의 변화
도입 초기 로봇수술은 복강경수술의 한계를 보완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다빈치 Xi와 SP 등 최신 수술 플랫폼 도입과 의료진의 숙련도 축적이 맞물리면서 수술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10배 확대된 고해상도 3차원 시야와 다관절 기구는 미세 혈관과 신경 구조를 정밀하게 식별하고 보존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종양의 완전 절제뿐 아니라 기능 보존과 합병증 감소로 이어지며, 수술의 질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데이터로 확인된 변화, 환자 회복 지표의 개선
로봇수술의 가치는 환자 회복 지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비뇨의학과에서는 로봇수술 3,000례를 달성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고, 부분 신장절제술은 대부분 로봇으로 시행된다. 개복수술 대비 재원 기간과 일상 복귀 시점이 단축되는 등 회복 과정 전반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또한 췌장암, 위암, 부인암 등 고난도 수술 영역에서도 로봇수술은 정교한 절제와 재건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을 넘어 축적된 경험, 치료 시스템으로 완성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기술 자체보다 환자 맞춤 치료 원칙을 우선시한다. 모든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질환의 특성과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접근을 유지해왔다. 10,000례의 축적은 이러한 임상적 판단과 팀 기반 협진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형성된 결과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경험과 데이터, 의료진 간 협력이 결합된 치료 시스템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이번 특집에서는 비뇨의학과, 간담췌외과, 위장관외과, 산부인과 등 네 개 분과의 임상 경험을 통해 로봇수술이 실제 환자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본다.
{ 산부인과 }

기능 보존으로 지키는 미래
산부인과 조시현 교수
가임력 보존과 합병증 감소
산부인과 영역에서 로봇수술은 자궁근종, 난소낭종과 같은 양성 질환부터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 부인암까지 적용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그중 가장 중요한 성과는 가임력 보존과 합병증 감소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점이다.
로봇수술은 최소 절개로 시행되며, 3차원 확대 시야와 정교한 기구 조작을 통해 정상 조직과 신경, 혈관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자궁근종이나 난소낭종 수술에서는 자궁과 난소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데, 로봇수술은 해부학적 층에 따라 정교하게 봉합할 수 있어 자궁을 안정적으로 재건하고 임신 시 자궁 파열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미세 혈관까지 확인하며 지혈할 수 있어 불필요한 열손상을 줄이고, 자궁과 난소의 혈류를 보존하는 데 유리하다. 이는 단순히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을 넘어, 향후 임신과 출산까지 고려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기능 보존 중심 접근은 환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치료 전략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단순히 현재의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향후 임신과 출산, 호르몬 균형 유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수술의 정교함이 장기적인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로봇수술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소침습에서 삶의 질까지 고려한 치료
최근에는 배꼽 한 곳만 절개하는 단일공(SP) 로봇수술이 확대되면서 수술 부담이 더욱 줄어들었다. 단일공 수술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을 뿐 아니라 통증 감소와 빠른 회복, 입원 기간 단축 등 여러 장점이 있다. 부인암 수술에서도 로봇수술의 장점은 뚜렷하다. 좁은 골반 깊숙한 곳의 신경과 혈관을 정밀하게 보존할 수 있어 수술 후 배뇨·배변 기능이나 성 기능 등 삶의 질과 직결되는 부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환자의 연령과 가임 여부에 따라 치료 전략도 달라진다. 가임기 여성에서는 자궁과 난소 기능 보존이 최우선이며, 고난도 수술일수록 로봇수술의 장점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반면 가임기가 지난 환자에서는 종양의 완전 절제와 수술 안전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로봇수술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적용 범위와 정교함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수술의 성공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과 미래까지 고려하는 치료로 자리 잡아간다는 점에서, 산부인과 영역에서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산부인과 영역에서 로봇수술은 ‘덜 아픈 수술’을 넘어 ‘삶을 유지하는 수술’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환자의 사회적 역할과 미래 계획까지 고려한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수술의 성공 기준 역시 단순한 병변 제거에서 기능 유지와 삶의 질 회복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 간담췌외과 }

안전하고 정밀한 핵심 치료 방법
간담췌외과 김형선 교수
고난도 수술로 진화하는 로봇수술
간담췌외과는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다루는 분야로, 출혈과 합병증 위험이 높아 대표적인 고난도 수술 영역으로 꼽힌다. 이러한 분야에서도 로봇수술은 빠르게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의 로봇수술은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특히 2023년 다빈치 SP 도입 이후 적용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전체 수술 중 로봇수술 비율도 2020년 약 12%에서 2025년 약 42%로 증가하며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초기에는 담낭절제술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수술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췌두부십이지장절제술, 간절제술과 같은 대표적인 고난도 수술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이는 로봇수술이 단순한 보조 기술을 넘어, 복잡한 수술에서도 안정성과 정밀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간담췌외과 수술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고난도 수술의 표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일부 숙련된 의료진에게만 제한적으로 가능했던 수술이 점차 체계화되면서, 더 많은 환자에게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정교함이 만드는 차이
로봇수술의 가장 큰 강점은 정밀한 수술과 최소침습의 결합에 있다. 개복수술에 비해 절개 범위가 작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복강경수술보다 확대된 3차원 시야와 다관절 기구를 통해 좁은 공간에서도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다빈치 SP 시스템은 하나의 절개창에 여러 개의 로봇팔을 삽입할 수 있어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러한 기술적 특성은 수술 부위에만 집중해 주변 장기손상을 줄이고, 출혈과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후 통증 감소와 빠른 회복이 가장 큰 변화다.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암 환자가 수술 이후 항암치료를 지연 없이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이다. 또한 간담췌외과 로봇수술은 집도의뿐 아니라 마취과, 수술 어시스트, 간호 인력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팀 기반 치료다. 수술 전 영상 분석과 3차원 재구성, 수술 중 실시간 대응 체계를 통해 수술의 안전성과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로봇수술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향후에는 혈관 재건과 같은 초고난도 수술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밀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간담췌외과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암 치료에서는 수술 이후의 치료 연속성이 중요한데, 로봇수술은 회복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전체 치료 계획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단일 수술의 성공을 넘어 환자의 장기 생존율과 직결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
{ 위장관외과 }

안정적인 회복 과정을 위한 선택
위장관외과 권인규 교수
복강경의 한계를 보완
위암 수술은 오랜 기간 개복수술이 표준으로 자리 잡아 왔으나 복강경 수술이 도입되면서 치료 패러다임은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로봇수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로봇수술의 가장 큰 의의는 기존 복강경수술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점에 있다. 복강경수술은 최소침습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직선형 기구와 제한된 시야로 인해 고난도 수술에서는 제약이 있었다. 특히 림프절 절제가 중요한 위암 수술에서는 이러한 한계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반면 로봇수술은 3차원 고해상도 시야와 손목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구를 사용하므로 좁은 공간에서도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비만 환자나 이전 수술로 인해 유착이 심한 경우, 고난도 림프절 절제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그 장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특성이 알려지면서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로봇수술을 선택하는 환자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같은 기술적 차이는 특히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다루는 위암 수술에서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림프절 절제 범위와 정확도는 치료 성적과 직결되는 요소인 만큼,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수술은 고난도 수술에서 점차 선택이 아닌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기술의 정교함, 환자의 삶을 보듬다
로봇수술은 출혈 감소와 합병증 감소 가능성을 통해 환자의 회복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에서는 통증 감소와 회복 속도 측면에서도 복강경수술보다 나은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회복 과정에서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수술 결과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위암 수술 이후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먹는 즐거움’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는가이다. 로봇수술은 수술 후 회복 과정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어 식사 재개와 일상 복귀 시점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수술 이후 항암치료로 원활하게 이행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회복이 지연되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항암치료 시작이 늦어질 수 있으며, 이는 치료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로봇수술은 회복 속도를 높임으로써 전체 치료 과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로봇수술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는 치료법은 아니다. 수술 결과는 기술 자체보다는 이를 수행하는 외과의의 숙련도와 치료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로봇수술은 정교한 도구이지만, 결국 환자에게 최적의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이를 활용하는 의료진의 판단과 경험이다.
결국 위암 수술에서 로봇수술의 가치는 단순한 수술 기법의 차이를 넘어 환자의 회복 경험 전체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 수술 이후의 삶까지 고려하는 치료 접근은 환자 중심 의료의 핵심 요소이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로봇수술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비뇨의학과 }

삷의 질 유지를 향해 완성된 표준
비뇨의학과 조강수 교수
기능 보존을 중심으로 재편된 수술 패러다임
비뇨기암 치료는 최근 ‘암 제거’ 중심에서 ‘기능 보존’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신장암 수술에서는 과거 신장을 통째로 제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종양만 정밀하게 제거하고 정상 신장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부분 신절제술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신장을 완전히 제거할 경우 만성 신질환과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는 임상적 근거에 기반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로봇수술이 있다. 신장은 혈류가 풍부해 절제와 동시에 출혈을 제어하고 남은 조직을 정교하게 봉합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로봇수술은 3차원 확대 시야와 관절형 기구를 통해 미세 혈관과 종양 간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좁은 공간에서도 안정적인 절제와 봉합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수술 중 신장 혈류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온허혈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해 수술 후 신장기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종양으로 향하는 혈관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정상 신장 조직의 혈류를 유지하고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종양 제거를 넘어 장기 기능을 유지하는 치료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밀한 시야, 보존된 일상
로봇수술은 환자의 회복 과정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과거 개복수술 대비 절개 범위가 작고 조직 손상이 적어, 입원 기간은 크게 단축되고 일상 복귀 시점도 절반 수준으로 앞당겨졌다. 통증 감소와 출혈 최소화, 감염 위험 감소 등은 환자의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전립선과 방광처럼 좁고 깊은 골반강에 위치한 장기에서는 로봇수술의 장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확대된 3차원 시야를 통해 미세 신경과 혈관을 정밀하게 보존할 수 있어, 수술 후 요실금이나 성기능 저하와 같은 기능적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단순한 생존율 향상을 넘어 환자의 일상 유지와 직결되는 요소다.
최근에는 단일공(SP) 로봇수술이 도입되며 최소침습 수술의 개념이 한층 확장되고 있다. 하나의 절개창만으로 수술을 시행해 흉터를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이며, 복막 외 접근을 통해 장 관련 합병증 위험도 낮출 수 있다. 다만 종양의 크기나 병기에 따라 다공형 시스템이 더 적합한 경우도 있어 환자 맞춤형 접근이 중요하다.
결국 로봇수술은 단순한 수술 기법의 진화를 넘어, 치료의 목표를 ‘완치’에서 ‘기능 보존과 삶의 질 유지’까지 확장하고 있다. 정교함을 기반으로 환자의 현재뿐 아니라 이후의 삶까지 고려하는 치료, 그것이 오늘날 비뇨기암 수술이 지향하는 새로운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