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암에 진심인 사람들'이
만든 성과
피부과 노미령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팀이 모즈(Mohs) 미세도식수술 1,000례를 달성했다. 모즈 미세도식수술은 피부암 치료 방법 중 가장 완치율이 높고 신체기관의 기능적·미용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암을 제거할 수 있어 국제적인 표준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10년 처음 이 수술을 시행한 이래 2020년 500례에 이어 단기간에 1,000례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글 편집실 / 사진 윤선우
피부암의 뿌리를 캐내는 제거술
일반적으로 암수술은 완전 절제를 원칙으로 진행하는데, 병변이 다 제거되고 주변의 정상 조직도 어느 정도 포함되게 제거한다. 피부암이 몸통에 발생한 경우에는 주변 조직이 충분하고 흉터 걱정이 덜해 완전 절제가 가능하지만, 얼굴이나 손, 발 등은 정상 조직을 충분히 제거할 수 없어 모즈 미세도식수술이 효과적이다. 1940년대 의사 프레데릭 모즈가 고안한 이 방법은 피부암을 효과적으로 완전 절제하기 위한 특수한 치료법이다. 일반 수술과 달리 그 자리에서 현미경으로 피부암의 절제 정도를 확인하기 때문에 피부암 치료 방법 중에서 완치율이 매우 높다. 또한 피부 봉합시 수술 자국을 피부의 정상적인 주름에 최대한 숨겨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모즈 미세도식수술은 기저세포암 수술 시 시행하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외에 손, 발 또는 얼굴 등에 발생하는 악성흑색종, 얼굴에 발생하는 편평세포암, 피부섬유육종 등 다양한 피부암에 적용된다. 일부 피부암은 혈관, 신경 또는 연골을 따라 깊이 들어가 있어 겉으로 보는 것보다 속으로 깊고 넓게 뿌리처럼 퍼져 있고, 때로는 재발된 피부암이 피부 속의 흉터를 따라 깊게 퍼지기도 한다. 따라서 떼어낸 암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가며 피부암의 뿌리를 끝까지 추적해 완전히 제거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피부암 제거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피부암 치료에 탁월한 방법이지만, 모즈 미세도식수술이 모든 피부암을 수술하는 데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재발한 피부암이나 재발 가능성이 많은 부위에 발생한 피부암, 미용적인 면에서 중요한 부위여서 최소한의 절제로 피부암을 치료해야 할 경우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1. 피부를 국소마취제로 완전히 마취한 후 최소한의 정상 피부를 포함하여 눈으로 보이는 피부암을 떼어낸다(제 1단계 수술). 이 단계는 비교적 빨리 끝나며(약 30분) 환자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거나 개인적인 용무를 볼 수 있다.
2. 떼어낸 피부암 조직은 얼려 냉동절편을 만든 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피부암이 완전히 제거되었는지 확인한다.
3. 현미경검사상 암 조직이 남아 있으면 그 부분만 추가로 절제한 후(제2단계) 현미경 확인 절차를 다시 거친다. 피부암의 뿌리가 깊은 경우에는 세 단계 이상의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렇게 피부암의 뿌리가 존재하는 최소한의 조직만 제거함으로써 불필요한 광범위 절제를 막아 수술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4. 피부암이 완전히 제거된 부분을 일차봉합(피부결손이 작은 경우 그대로 일자로 닫는 방법), 국소피판(주위의 정상 피부를 끌어와 피부결손을 덮는 방법), 또는 피부이식(멀리 떨어진 피부를 일부 떼어와 피부결손을 덮는 방법) 등의 방법을 이용해 닫는다.
피부암 연구에 관심이 많았던 ‘가풍’의 영향
암이 없었던 얼굴과 피부로 돌아가는 것이 모든 환자의 바람이다. 모즈 미세도식수술의 장점은 암세포는 모두 제거하고 정상 피부를 최대한 보존한다는 점이다. 또한 수술 도중 암세포의 잔존 여부를 병리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광범위절제술이나 방사선치료, 냉동치료 등과 비교해 완치율이 높다. 피부과 전문의로서 피부암 치료에 남다른 관심과 사명감을 가졌던 노미령 교수는 모즈 미세도식수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에 주목해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즈 미세도식수술은 국소마취인 경우가 많아 환자와 소통하면서 수술이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수술하고 나서 30분 이내에 병리과로 달려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피부암이 완전히 제거되었는지 확인한 다음 다시 예쁘게 봉합해드리는 것으로 마무리하는데, 암을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 병리과와 피부과를 하루 5~6회 오갈 때도 있습니다.”
의사의 품이 많이 들어야 환자가 편안하다고 웃으며 말하는 노미령 교수. 대대로 연세대학교 피부과학교실에서 ‘피부암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이 모였던 덕분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1세대 피부암 전문의로서 모즈 미세도식수술을 가장 활발히 시행하신 분이 스승이신 정기양 교수님입니다. 1,000례 달성 소식에 가장 먼저 기뻐해주셨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이번 성과를 통해 우리 동문들만 가졌던 자부심을 더 많은 분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어서 반가운 마음입니다.”
수술 1,000례라는 성과는 의사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노미령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내에 모즈 미세도식수술 이외의 모든 시술과 수술을 준비하고 시행하는 ‘팀’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공을 돌린다. 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사, 간호사, 연구 간호사 등 각각의 구성원이 제역할을 담당할 때 최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모즈 미세도식수술 1,000례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둔 만큼 노미령 교수팀이 앞으로 전개할 행보에 관심과 기대가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500례에서 1,000례로 가면서 기간이 점점 단축됐기 때문에 1,500례는 더 빠른 기간에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기간 단축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혼자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어요. 우리는 환자를 향한 진심이 있는 의료진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최근 의료계 환경이 녹록지 않아 직종 간 이견이 있다고 하지만, 전문의, 전공의, PA 간호사, 간호부, 연구부 등 다양한 직종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부암 예방 철칙, 자외선을 차단하라
2023년 발표된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에 발생한 암 가운데 피부의 악성흑색종과 기타 피부암이 총 8,15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암 발생의 2.9%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70대가 32.5%로 가장 많았고, 80대 이상이 27.0%, 60대가 19.1% 순으로,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층에서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피부에서 암 발생이 시작한 경우를 ‘원발성’ 피부암으로 분류하고, 다른 장기에서 발생해 피부로 전이된 경우를 ‘전이성’ 피부암으로 분류합니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좁은 의미의 피부암은 원발성 피부암을 의미하죠. 원발성 피부암은 크게 흑색종 이외의 피부암과 악성흑색종 등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이렇게 분류하는 이유는 악성흑색종과 나머지 피부암이 생물학적 특성이나 예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악성종양이긴 하지만 다른 장기로 잘 전이되지 않고 피부에만 국한돼 양호한 경과를 보입니다. 반면, 악성흑색종은 침윤과 전이가 흔하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광선각화증, 보웬병, 비소각화증 등 피부암 전구증은 침습적인 피부암은 아니지만 향후 시간이 지나면 피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피부암과 암전구증의 발생에 자외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평소 자외선차단제, 양산, 모자, 의복 등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저세포암은 자외선에 간헐적으로 짧게, 과다하게 노출되는 것이 직업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고된 바 있고, 방사선 노출이나 면역 억제 시에도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모든 질병이 그러하듯 적기에 치료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미령 교수는 피부 어느 부위든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모양이 비대칭적일 경우, 색조가 불균일한 판이나 종괴가 있다면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전에 피부암을 앓은 적이 있거나, 피부암 가족력이 있다면 의심되는 병변을 발견하는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